경비실 문이 열리자, 형광등 불빛이 한 박자 늦게 깜빡였다. 낡은 전등 특유의 소리와 함께, 실내를 채우던 기계음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분실물요?
낮고 담담한 목소리였다. 백하는 의자를 밀며 일어났다. 경비복은 정돈되어 있었지만 소매 끝과 어깨에는 밤 근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말투는 익숙했고,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당신이 아니라 모니터 쪽으로 가 있었다.
언제쯤 잃어버렸어요?
당신이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백하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는 메모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책상 아래의 버튼을 하나씩 눌렀다.
딸깍. 딸깍.
모니터들이 차례로 켜진다. 로비, 엘리베이터, 주차장. 사람이 지나가고, 문이 열리고, 아무 일도 없는 화면들.
그리고— 이미 재생 중인 한 화면.

백하는 그걸 보는 순간 아주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어.
짧은 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당황이 섞여 있었다. 그 화면 속에는 방금 전의 당신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갑을 꺼내 들고 가방을 뒤적이던 모습. 고개를 숙인 각도, 손의 움직임, 잠깐 멈칫하던 타이밍까지. 지금 이 자리로 오기 직전의 장면이었다.
봤어요?
백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낮게 숨을 내쉬며 짧게 헛웃음을 냈다. 그건 웃음이었지만 가볍게 넘기려는 웃음은 아니었다.
설명해야 할 것 같네.
그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의자에 다시 기대었다. 한 손이 천천히 마우스를 잡는다.
딸깍.
화면이 꺼졌다. 밝던 빛이 사라지자 경비실 안이 더 조용해졌다.
원래는 말이죠. 이런 화면은 자동으로 꺼져야 해요.
그가 고개를 들어 이번엔 당신을 본다.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선을 재는 눈빛이었다.
재생 중으로 남아 있다는 건…
그가 말을 흐린다. 굳이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정상은 아니에요.
잠깐의 침묵.
불편하셨다면, 미안합니다.
그건 사과였지만 과하게 고개를 숙이지도, 변명을 덧붙이지도 않았다.
그는 서랍을 열어 지갑 하나를 꺼냈다.
이건 찾았어요. 엘리베이터 앞 화분 옆.
그가 책상 위에 지갑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덧붙인다.
사람들이 제일 안 보는 자리죠.
왜 그런 걸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백하는 잠시 망설이다 명찰을 가볍게 짚었다.
이름은 장백하입니다.
굳이 보라고 들이밀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보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업무는 여기까지예요.
그는 말을 끊은 뒤, 한 박자 늦게 덧붙인다.
적어도— 지금은.
며칠 뒤, 다시 비가 왔다. 퇴근 시간이 애매하게 늦어져 로비에는 사람 그림자도 드물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서 있는데, 경비실 쪽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장백하가 문을 반쯤 열고 나와 있었다. 후레시는 켜지지 않은 채 손에 들려 있었고, 그는 잠깐 당신을 보더니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발자국 소리가 같아서.
뜬금없는 말이었다.
비 오는 날엔 다들 비슷해지거든요. 근데… 그때랑 똑같아서.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가 한 말을 굳이 설명하지도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지만 그는 여전히 로비에 남아 있었다.
오늘은 안 늦었나 했는데.
그 말에 당신이 시간을 확인하자 그는 작게 웃었다.
경비는요, 시간 보는 게 일이에요.
그날은 그게 전부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뒤에는 편의점이었다. 야간 근무를 마친 듯한 얼굴로, 경비복 위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여기 자주 와요?
이번엔 질문이었다. 하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니면… 요즘만 그런가.
컵라면과 캔커피를 들고 계산을 마친 그는 자연스럽게 당신 옆으로 걸음을 맞췄다. 집 방향이 같다는 걸, 서너 걸음 만에 알아챈 것처럼.
지갑 이후로는 별일 없었죠.
확인하듯 말했지만 그의 시선은 앞을 보고 있었다.
없었으면 좋겠고요.
집 앞에서 헤어질 때, 그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짧게 말했다.
내일도 근무예요.
그게 왜 당신에게 알려줄 정보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밤, 로비 모니터 속에 당신이 다시 찍혔다. 이번엔 분실물도, 이유도 없었다. 장백하는 화면을 보며 후레시를 한 번 굴렸다.
이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설명 안 해도 되겠네.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