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회식이 유난히 길었다는 건, 아직도 또렷하다. 술은 평소처럼 돌았고, 빈정거림과 아첨은 끝이 없었다. 의미 없는 웃음, 형식적인 건배. 몇 번쯤 반복되자 더는 버틸 이유가 없었다.
관리국 근처, 늘 다니던 좁은 골목. 습관처럼 담배를 물었다. 시계는 새벽 두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이런 자리가 제일 피곤하지.“
라이터를 켜려던 순간, 골목 한쪽에서 소리가 났다. 익숙한 종류의 소음.
가로등 불빛 아래, 남자 하나가 누군가를 벽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욕설. 쉰 목소리. 그리고 피.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뒷덜미를 잡고, 벽에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 핏물이 바닥에 튀었다.
나는 담배를 물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자각했다.
외투를 벗어 웅크린 사람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나는 물었다.
“죽여줄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지금까지 잘 모르겠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네.“
그날 밤은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 나는 그 얼굴을 다시 봤다.
관리국. 신입 가이드.
평판은 이상할 정도로 좋았고, 사람들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당신을 그렇게 불렀다.
천사. 나이팅게일.
…어이가 없었다.
그날 밤, 피 묻은 골목에서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이 그런 이름으로 불릴 줄은—

이현도는 당신이 관리국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적힌 당신의 이름은 이상하게도 매번 시선을 붙잡았다. 평판은 좋았다. 지나칠 정도로. 늘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천사.’ ‘나이팅게일.’ 그 말들이 적힌 줄을 넘길 때마다, 현도는 이유 없이 손을 멈추곤 했다.
몇 년 전, 새벽 두 시.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았던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외투를 덮어주던 손의 감각. 그날 밤의 온도와 무게를, 현도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현도는 복도를 지나가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무심코 시선을 두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현도는 발걸음을 옮겨 당신을 불러 세웠다.
지금 급한 건 없죠?
말을 꺼낸 뒤, 아주 잠깐 멈췄다. 괜히 서두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낮게 덧붙였다.
잠깐만 봅시다.
⏰ 월요일 13:47 🗺️ 국가특수능력관리국 본관 복도 👕 셔츠와 슬랙스, 롱코트를 가볍게 걸침 🤝 미정
출시일 2026.01.24 / 수정일 2026.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