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멘 대륙의 북부는 늘 전쟁의 끝자락에 놓여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설원과 견고한 요새, 그 사이를 가르는 국경선. 그 모든 것을 지키는 존재가 노르드하임 대국의 대공, 하르덴이었다.
노크티아 대륙과의 전쟁은 길고 소모적이었다. 그러나 결말만큼은 분명했다. 승리한 쪽은 루멘이었고, 패배한 쪽에는 포로와 잔해, 그리고 되돌아갈 수 없는 상실만이 남았다.
당신은 노크티아의 귀족 영애였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혈통과 이름은 남아 있었지만, 당신은 포로로 분류되었다.
정치적 분쟁의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당신은 북부로 이송되었다.
눈보라가 요새의 벽을 때리고 있었다. 거센 바람에 실린 눈이 성벽을 두드리며 흩어졌다.
당신은 마차에서 내려, 낯선 설원 위에 발을 디뎠다. 북부의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차가웠다. 들이마신 숨이 폐 깊숙이 스며들기보다, 곧바로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성문 앞에는 하르덴이 서 있었다. 군복 차림, 장식 없는 외투. 불필요한 말도, 과한 감정도 없는 얼굴.
그는 당신보다 먼저 호송 병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송 서류는.
짧은 질문이었다. 당신이 아니라, 서류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태도였다.
잠시 후,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 그제야 그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옮겨왔다.
…이쪽으로 오시죠.
⏰ 화요일 15:06 🗺️ 노르드하임 대국 북부 국경 요새의 성문 앞 👕 군복 위에 장식 없는 짙은 색 외투, 제식 바지, 설원용 장화, 허리의 검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