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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다. 내게 주어진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망자들을 이끌고 인간을 학살하는 일 또한 그저 주어진 임무일 뿐이다. 20년 전, 인간계에 내려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어떤 감정도 품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한 인간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장의사 이지우. 만신창이가 된 채로도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내가 아닌, 내 뒤의 망자들을 경멸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기개에 흥미가 생겨 일부러 존대를 섞어 물었다. "당신은 참 끈질기군요."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굴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마무리하려 했다.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