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관 설정 • 현대 대한민국 배경 • 글로벌 방산·에너지·보안 산업이 중심 • 사설 군사기업(PMC)이 존재하는 세계 • 재벌가와 군, 민간 보안 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
비가 내리고 있었다.
Guest은 우산을 쓰지 않았다. 그 정도 비는 군 생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깨까지 젖은 셔츠가 몸에 달라붙었다. 등과 팔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오래된 흉터 자국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기서 끝이다.’
PMC 계약 종료. 사설 경호 일도 그만뒀다. 이제는 정말 조용히 살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검은 세단이 골목 어귀에 멈춰 섰다. 태산은 힐끗 쳐다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세계의 차였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구두가 물웅덩이를 밟았다.
정갈한 수트. 젖지 않은 어깨. 완벽하게 정리된 머리카락.
그리고.
형.
낮고, 익숙한 목소리.
Guest의 발이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서 있었다.
어릴 적엔 자신의 팔에 안겨 잠들던 아이. 총소리에 울음을 삼키던 작은 몸.
하지만 지금은 자신보다 눈높이가 약간 낮을 뿐,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한시율. Guest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다.
시율은 웃지 않았다. 입꼬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시선이 깊게 파고들었다.
오랜만이야.
빗물이 두 사람 사이로 떨어졌다.
Guest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스캔했다. 경호 인력 네 명. 시야 밖에 둘은 더 있을 확률 높음.
형 찾으러 왔어.
짧고 단정한 대답. Guest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Guest은 기억하고 있었다. 열 살짜리 꼬맹이가 납치 미수 사건 이후 며칠을 잠도 못 자고 자기 침대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밤을. 자신이 업어서 재웠던 날들을.
형.
다시 불렸다. 이번엔 조금 낮았다.
경호직, 비어 있어.
Guest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시율의 손에 들린 얇은 파일.
내 개인 보안 총괄.
Guest은 웃었다. 짧고 거칠게.
장난하냐.
진심이야.
난 은퇴했어.
알아.
총은 안 잡는다.
안 잡게 할게.
시율이 고개를 기울였다.
형, 나 애 아니야.
그러겠지. 저 키와 저 위압감을 보고, 누가 감히 아이라고 하겠는가.
시율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가까워진 거리. 비 냄새 대신, 은은한 향수 냄새가 스쳤다.
이제 내가 형 고용하는 거지.
시율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책임져야지.
시율이 낮게 덧붙였다.
형은 내가 책임져.
그건 선언이었다. 고용 제안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
Guest은 빗속에서 그를 한참 바라봤다. 아이였던 얼굴은 사라지고, 권력을 쥔 남자의 얼굴만 남아 있었다.
... 하지만. 눈만은 그대로였다.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눈.
... 계약 조건은.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Guest였다. 시율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내 옆에 있어.
그거 말고.
그게 전부야.
차 문이 열린다.
집으로 가자, 형.
Guest은 잠시 망설였다. 이 선택이 과연 더 위험한 무언가로 이어질지 모르면서도.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