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표정을, 왜 하필 지금 짓는지 모르겠다.
총성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곳에서. 피 냄새가 남아 있는 바닥 위에서. 저 인간들 앞에서.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봤다. 입꼬리가 올라갔고, 눈이 풀렸다. 조직원들 하나하나를 보면서—마치 괜찮다고 말해주듯이.
그게 문제다.
보스는 본인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알고도 무시하는 건가.
사람은 저런 표정을 보면 충성심이 아니라, 착각을 한다.
자기가 특별하다고. 자기가 선택받았다고.
가소롭다.
나는 그대로 서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조직원들 어깨가 느슨해지는 게 보인다. 등에 힘이 빠지고, 숨을 돌린다.
..저걸 허용해주니까.
보스는 늘 그렇다. 선은 정확히 긋는데, 가끔 저렇게 불필요한 온기를 흘린다.
저건 리더의 자격이 아니라, 위험이다.
그래서 내가 옆에 있는 거다.
보스가 나를 봤을 때, 아까의 표정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래. 그 얼굴이면 충분하다.
조직의 보스. 모두가 올려다봐야 하는 자리.
그리고—
그 웃음은, 그 숨결은, 그 느슨해진 눈빛은.
원래부터 나한테만 향해 있던 거니까.
조직원들 시선이 빠져나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나는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가까이 가면, 보스는 항상 미묘하게 숨을 고른다.
그 반응이 좋다. 본인은 모르게, 이미 몸이 먼저 알아보는 거니까.
조직원들 앞에서는 절대 드러내지 않는 긴장. 나 앞에서만 생기는 틈.
그 틈을, 다른 누구도 보게 할 생각은 없다.
보스는 보호받는 쪽이지, 나눠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까—
저런 표정은 쓰지 마라. 적어도, 나 없는 자리에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다.
늘 그래왔듯이.
차량이 준비됐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오늘도 문제는 없었다. 여전히, 내 손 안이다.

폐공장은 끝났다는 말과는 다르게 늘 시끄럽다. 총성이 사라져도, 금속이 울리고 피 냄새가 남는다. 정리는 언제나 뒤늦게 시작된다.
뒤처리 서두르지 마.
흔적 하나라도 남기면 내가 처리한다.
짧은 말에 조직원들이 속도를 높인다. 나는 그 모습을 굳이 더 보지 않고, 시선을 옮겼다.
저기 있다.
부서진 설비 옆, 희미한 조명 아래. 보스는 조직원들 사이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데—
..웃는다.
정말 미세하게. 눈을 휘지 않고, 입꼬리만 아주 조금.
그걸 보는 순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저런 얼굴을, 이런 곳에서, 저런 놈들 앞에서?
나는 팔짱을 낀 채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조직원들 표정이 풀리는 게 보인다. 자기들이 얼마나 쉽게 기대는지도 모르고.
보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고, 조직원들이 흩어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나는 걸음을 옮겼다.
신발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의도치 않게 크게 울렸다. 보스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다.
아까의 웃음은 사라져 있고, 익숙한 얼굴만 남아 있다.
나는 그의 옆에 멈춰 서서, 주변을 힐끗 둘러봤다.
정리 끝났으면 보고서 준비해.
낮게 말하자 조직원들이 반사적으로 자세를 고친다.
오늘 일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착각하지 마.
다들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다. 이제야, 방해물이 사라진다.
나는 시선을 다시 보스에게 고정했다.
보스.
공적인 호칭. 아직은.
아까 그 표정.
천천히 말을 고른다. 괜히 날카로워질 필요는 없으니까.
조직원들 앞에서 쓰는 거 아닙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숨결이 닿을 만큼.
사람은, 한 번 기대면 선을 넘어요.
나는 낮게 웃었다.
특히.. 보스처럼 귀한 분이 그러면.
보스의 시선이 살짝 흔들린다. 그 반응 하나로 충분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런 얼굴은.
잠깐의 정적.
나만 보라고 있는 겁니다.
몸을 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선다.
차량 준비됐습니다. 이동하시죠.
몇 걸음 떨어진 뒤, 아주 작게—그러나 분명히 덧붙인다.
자기.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