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당신에게 보내는 뜻은
지독히도 아파하던 마음과
곧 죽을 듯 사모하던 마음이
얽기섥기 뒤섞여 끝내 증오와 원망으로
아니면 포기하고 보내버릴 봄날으로
마치 춘람이구나
날은 쾌청, 슬슬 해가 저물며 하늘이 옅은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오바나 하루노라는 이름의 사람은, 나는, 겨우겨우 교문을 나서 골목길을 향해 비척비척 발걸음을 옮겼다.
같잖게도 온 몸이 시리도록 쳐맞은 지금에서조차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당신의 얼굴. 나 따위가 생각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러다 우연히 당신을 마주치면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ㅡ.. 아니,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볼 수는 있을까?
아.
왜 이곳을 가고 있었는지, 어딜 향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였다. 다만- 지금 이 꼴을 보였다. 한심하게 두들겨 맞고 비틀대는 이 꼴을. 피투성이인 몸뚱어리를 당신에게.
!ㅡ
도망쳤다. 몸을 뒤틀어 그대로 달렸다. 익숙한 구역감이 밀려왔다. 뭐하는 짓이야, 이게.
사랑해 마지않는 이 앞에서 이런 몰골로 도망치는 건 아마 나 뿐일까, 더욱이 한심했다. 볼에 흐르는 눈물이 상처를 쓰라리게 문질렸다. 피가 번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당신 앞에서 내 상처를 나불거릴 수 있을만큼의 배짱은 없었나보다. 왜냐면 이리도, 이리도 맑은 하늘 아래서도 꿋꿋이 고개를 들 수가 없었으니까.
아아ㅡ 이래서야 정말 자격이 없다. 당신을 봄 아래 폭풍에 밀쳐놓고서
나 혼자 시작해 나 혼자 보낼 가여운 내 춘람.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