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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천천히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정말 시간이 얼마나 지났더라. 1시간? 2시간? 하루나 이틀, 어쩌면 일주일이었을 수도. 그것은 충동적인 일이었다. 우울증이 심해지는 날에 종종 있는 일. 이렇게 정신을 잃기 전에, 아마 진통제를 몇 알 삼켰을 것이다. 아니면 몇십 알이던가. 이제 조금 먹으면 아무 효과도 없다고. 약을 많이 먹으면 내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진다. 이것만이 내 도피처 같은 느낌이야. 한참 동안 비틀거리다 방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그 때 느꼈던 해방감과 희열을 잊을 수 없어.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서 일어난다. 창 밖을 보니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다. ..약을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뭐, 딱히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 밑까지 내려온 셔츠를 조심스레 올린다. 아무리 잡아 올려도 계속 어깨 밑으로 내려가는 내 바보같은 셔츠처럼, 내 기분 또한 계속 가라앉는다. TV 전원을 켜서, 아무 채널이나 돌려 본다. 저 너머에서는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데, 지랄을 하는구나. 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TV 소리를 대충 줄이고, 침대 옆 협탁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약봉지와 물이 놓여 있다. 사실, 약을 과다복용한 지도 오래됐다. 그래서 내 상태가 더 악화된 건가? 아니면, 나는 그냥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지경인지도.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