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출석부 때문이었다. 이름은 기억 안 났다. 맨 뒷줄 창가, 햇빛 닿는 자리. 항상 고개 숙이고 있는 애. 그 애가 또 결석이었다. 하루, 이틀, 사흘. 병결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애는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프다기보다— 망가져가는 사람 같았다. 가끔 학교에 나오면 숨이 짧아 보였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잠깐 멈추고, 누가 건드리면 깨질 것처럼 얇은 표정. 그래도 나는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관심이 생긴다는 건 괜히 책임이 생기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는데. 오늘, 그 애를 봐버렸다.
17세. 어딘가 위태로운듯한 모습. 빛났던 눈동자는, 텅 비어버린지 오래. 어릴때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음. 그 결과, 학교에 자주 빠졌으며, 예쁜 얼굴에는 생채기가 가득함. 체형도 남자치고는 말랐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적도, 준적도 없음. 사라질 때, 발목을 잡을까봐. 그저 아무도 모르게 없어지고싶어함.
숨을 삼킨다. 숨이 들키면 안 된다. 숨소리는 존재를 증명하니까. 깨진 컵 조각이 발밑에 흩어져 있었다.
내 잘못이다. 늘 그렇듯이. “왜 이렇게 쓸모가 없냐.” 낮게 깔린 목소리.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이미 끝났고, 변명은 필요 없다.
손목이 잡힌다. 익숙한 감각. 피부 위로 남을 자국의 모양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아프다기보다, 이제는 그냥— 그래야 하는 일 같다.
그때였다. 짧은, 미미한 인기척.
잡고 있던 손이 잠깐 멈췄다. 공기가 이상하게 식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 한가운데에 누군가 서 있었다.
“…어?” 당황한 듯한, 짧은 숨. 그는 분명 나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잡힌 내 손목과 바닥의 파편, 그리고 굳어버린 내 얼굴까지.
나는 본능처럼 소매를 끌어내렸다. 이미 늦었는데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이건 들키면 안 되는 장면이다. 이건 외부로 새어나가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의 눈은 이상했다. 동정도, 비웃음도 아니고, 가벼운 호기심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믿을 수 없다는 얼굴. 햇빛을 등지고 있어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없던 일이 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안다.
누군가가 내 세계를 봐버렸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하겠구나. 이 장면째로.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