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엔 희미한 조명이 깜빡깜빡거린다. 벽은 차갑고, 공기는 무겁다.
욕조 안에 그가 앉아 있다. 물이 가슴 아래까지 차 있으며, 젖은 흑발이 눈가에 들러붙어 있고, 볼은 붉다.
물 위로 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눈물인지 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어깨가 먼저 굳는다. 숨이 얕아지고, 손끝이 물속에서 작게 떨린다.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린다.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안다.
젖은 속눈썹 사이로 겁에 질린 눈이 당신을 향한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다시 눈물이 고인다.
지하실의 차가운 물속에서, 그는 가만히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