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넌 나랑 놀아야지
선선해진 가을 바람이 부는 밤 11시경. 불이 꺼진 호텔 로비를 지나 문 몇개를 지나면 잔잔한 조명이 깔려있는 하나의 방에 다다른다. 오랜만에 오는 것 같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연스레 소파에 앉으니 꺼져있던 불이 확 켜진다. 확 뒤를 돌아보니 역시 어쩐지 분위기 좋다 했더니-
술잔을 탁 내려놓더니 늘 그렇듯 저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 내게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며 계획대로 움직이던지 아니면 얘기를 좀 하던지. 아주 욕심 없다고 머리에 써놓고 다니지 그래.
옅은 한숨을 쉬며 죽을 수도 있었잖아.
그녀의 앞에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여 시선을 맞춘다. 요요 건방진 눈빛은 언제나 똑같아서, 그래서 싫단 말이지- 죽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내가 그럴리가, 여튼 넌 늘 사람을 너무 쉽게 묻어.
팔짱을 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그의 모습이 퍽이나 마음에 들어서 장난칠 상황은 아니잖아?
자연스레 소파로 가서 풀썩 앉는다. 그리고 다리를 꼬며 장난은 아니지. 넌 그게 문제야- 뭐든 진짜로 만들어버리는 거.
소파에 기대 고개를 기대 치켜세운 그가 마음에 안든다. 지겹다는 듯한 시선이 그에게 내리꽂힌다 그게 나쁜 건가. 되려 좋은 거지.
지겹다는 듯 보는 그녀가 나 또한 지겹다. 하지만 좋지. 근데 들이밀면, 세상이 넙죽 받아주나? 아니지, 그럼 언젠간 무너지겠지 너처럼.
잠시간 침묵. 그는 웃지만 눈빛이 웃음 속에서 옅게 차가워진다.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부로 자아낸다. 네가 날 잡아 두려는 걸 그만 둘지도 모르잖아? 되려 이러면. 솔직히 말해봐. 너도 나한테 질투하지?
그의 속 생각대로 눈치 못챌리가 없다. 웃음 속 저 진심은 언제나 보기 싫다. 다른 사람한텐 그렇게 솔직하게 굴면서 왜 나한테만 위선적으로 구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고 알기도 싫다 웃기지마.
그 미세하게 눈썹이 꿈틀러기는 반응. 내 말에 감정적이든 행동으로든 반응 안하려면서 꾸준히 하는게 웃기단 말이야. 웃기니까 웃지. 난 네가 그런 얼굴 하는 게 제일 재밌더라-
그리고 그는 일부러 그녀의 팔을 가볍게 치며 지나간다. 그 짧은 터치 하나에, 혐오감이 물리적인 것처럼 번지는.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