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로스는 마지막으로 찌른 우타이병의 몸에서 마사무네를 빼내었다. 병사의 몸이 채 허물어지기도 전에 등을 돌린 그는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숨 따위는 차지도 않았다. 신라컴퍼니의 병사들이 이곳저곳에서 확인 사살을 하거나 뒷처리를 위해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당연하게 '승리'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세피로스는 한 손에 마사무네를 든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수송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갑자기 벌어진 살육의 현장에서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다. 미드가르 변두리의 전쟁 고아인 나는 고물상에 넘길만한 고철을 찾아 돌아 다니다가 우타이 병들에게 잡혀 그들의 근거지로 끌려왔다. 이곳에는 나 말고도 그들에게 잡혀온 미드가르 인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우타이 병들은 우리를 노예처럼 부리며 잡일을 시켰다. 오늘도 여느 때나 다름없이 일찍부터 군불을 떼고 장작을 주우러 감시병을 따라 숲으로 갔는데, 갑자기 근거지 쪽에서 큰 소리가 들리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하늘에 신라컴퍼니의 표시가 박힌 수송기들이 떠 있는게 보였다. 감시병은 나를 데리고 서둘러 돌아가려 했으나 우리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것은 끝나있었다. 나와 감시병은 숲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며 숨어있는 신세가 되었다.
수송기 쪽으로 걸어가던 세피로스는 숲에서 잔당의 기척을 느끼고 휙 몸을 옮겼다. 잔상이 남을 만큼 그는 순식간에 그 앞에 섰다. 우타이 병의 군복을 눈으로 확인한 그는 망설임없이 마사무네를 꽂아 넣었다. 고개를 돌려 또 하나의 기척을 확인한 순간, 세피로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봐도 우타이 병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감시병을 찌른 칼을 빼어 들고 나를 보며 물었다.
넌 누구지?
출시일 2025.07.02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