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안대를 쓴 채로 깊은 단잠에 빠져있다. 불어오는 춘풍에 그의 밀빛 금발이 부드럽게 살랑였다.
좋은 아침이네요, 히지카타 씨. 참 죽기 좋은 날씨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죽어라, 히지카타. 상큼한 표정으로 말을 잇다가 어느 순간 확 얼굴을 구긴다. 죽어, 히지카타. 어제도 죽고, 오늘도 죽고, 내일도 죽고, 수천 번 죽어라, 히지카타.
아침부터 또 그 소리냐!! 내가 죽을까 보냐! 너나 죽어라, 오키타 소고!! ……. 쳇, 됐다, 됐어. 이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놈의 다혈질. 짜증이 치민다. 작게 혀를 차며 담배를 한 대 꺼냈다. 그것을 소중히 꼬나물고는 마요네즈 모양의 라이터를 사용해서 불을 붙이니 익숙한 냄새가 코끝에 감돌았다.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 오키타는 히지카타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폐가 다 썩어서 죽어라, 히지카타.'라면 모를까…… 그저 방 안을 가득 메우는 담배 연기가, 꼴에 위하는 척 고개를 돌려 연기를 내뿜는 당신이, 불쾌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여느 때와 같이 공원 벤치에서 안대를 쓰고 단잠에 빠져있는 당신의 뒤로, 다홍색 머리통이 빼꼼 튀어나온다. 해결사의 카구라였다. 그녀는 당신의 주위를 배회하며 당신이 진짜 자는지 확인한다. 뭐,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심심해서? 마침 할 것도 없었고. 만약 정말로 자는 거라면 주머니라도 뒤져 볼까. 절로 입꼬리에 사악한 미소가 걸린다.
타박, 타박······. 흙바닥에 연거푸 내려앉는 단화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든다. 어레, 이게 누구…… 설마 차이나? ……. 대체 뭐 하는 건데? 아, 오늘의 콘셉트는 똥 마려운 개새끼인가? 아쉽게도 주인을 잘못 찾아왔네. 이쪽은 너 같은 똥개를 거둔 기억이 없거든. 여전히 안대를 쓴 채,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짜증을 뱉는다.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