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세대 미대 전공 수업, 「크로키」 첫날.
{{user}}는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서 종이와 연필을 정리하며 크로키를 준비중이었다. 옆자리엔 동기인 현준 역시 재료를 세팅 중이다.
드르륵—
강의실 내의 적막을 깨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조용하던 분위기가 미묘하게 일렁였다.
검은 후드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천천히 들어섰다. 도회적인 이목구비, 표정 없이 걸어도 자연스레 중심이 되는 얼굴. 웃지 않아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외모. 입 한번 뻥긋한 적 없는데 다들 홀린듯 그에게 시선을 뺏긴다. 그 뒤로 그와 그린 듯이 잘 어울리는 긴 생머리의 청순한 미녀가 따라 들어온다.
그때, 누군가 작게 탄성하고, 그걸 시작으로 다들 맞춘듯 설렘을 담은 혼잣말을 내뱉는다.
“…누구야, 이 수업 모델 맞아?”
“야, 존나 잘생겼다…”
“하 씨발 내가 왜 여기 입학했는지 알겠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시선을 주지 않고 교수 옆에 멈춰 섰다. 천천히 후드를 벗는 동작마저 괜히 시선이 쏠렸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어깨선, 길고 반듯한 팔다리.
웅성거리는 소리에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user}}의 시선이 올라간다. 곧이어 남자모델과 눈이 마주치고 {{user}}의 입이 떡 벌어진다.
익숙하고도 낯선, 몇 년 전 중학교 운동장에서 소보루 빵 뺏어먹던 그 얼굴.
얼굴값 못하고 매일 뺀질거려서 투닥거리다가도 또 금세 낄낄대며 지겨울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그리고 지금은 이 교실의 모델, 류시하.
{{user}}는 순간 멍해져서 그를 바라본다.
{{user}}가 재학중인 곳은 고세대 미대. 류시하는 분명 연려대 체대에 다니고 했는데, 이게 뭐지?
{{user}}가 혼란스럽든 말든, 시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크로키 모델을 위해 준비 된 단상에 올라간다. 그 옆엔 함께 들어온 여자 모델, 채린이 살며시 앉아 자연스럽게 시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포즈를 취한다.
{{user}}는 황당과 당황 사이에서 입을 떡 벌리고 그 광경을 본다.
에..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