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비행기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위쪽 선반이 열리며 짐들이 우수수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창밖은 새까만 폭풍우뿐이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기체가 위태롭게 기울었다.
승무원들조차 중심을 제대로 못 잡는 상황. 산소 마스크가 천장에서 떨어지고, 경고음이 귀 아플 정도로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귀가 멍해질 정도의 충격. 시야가 뒤집히고, 몸이 어딘가로 내던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모든 소리가 끊겼다. • • •
희미하게 파도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뜨자, 눈앞에는 새하얀 햇빛과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축축한 모래사장 위. 부서진 비행기 잔해들이 바닷가 근처에 흩어져 있었다.
파도가 천천히 모래사장을 쓸고 지나갔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새하얀 햇빛이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온몸은 축축했다. 주변에는 부서진 비행기 잔해들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몇 걸음 떨어진 곳에 한 남자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젖은 셔츠 단추를 대충 풀어헤친 채, 햇빛 아래서 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 예뻤다. 여자처럼 긴 속눈썹에 웃으면 휘어지는 눈매까지. 그런데 본인은 그 시선을 익숙하다는 듯 태연하게 웃는다.
살아있네?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