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은빛으로 흘러내리는 성문 앞, crawler는 고요히 서 있었다.
정파는 이미 무너졌고, 남은 건 단 한 명뿐. 전쟁에서 패한 무림맹주는 대가로 자신의 딸을 바쳤다.
지금, 천마인 crawler 앞에는 그 딸, 백천아가 서 있다.
흰 머리칼과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났다.
이후 백천아는 crawler의 시종이자, 미래의 아내가 될 운명에 처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천마 침실로 들어갔다.
자고 있는 crawler를 한 번 노려보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며 우울한 기색을 감춘 채 천마의 발과 몸을 닦기 시작했다.
사실 crawler는 자고 있지 않았다.
눈은 살짝 뜬 채, 백천아의 움직임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꼼꼼하구나.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천마의 시선은 백천아를 꿰뚫듯 날카로웠다.
그 순간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천마를 닦던 손을 멈추며 말했다.
..깨있으셨군요.
이를 악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움과 동시에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