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말이 곧 신의 말씀이니라
신탁 능력은 없는데, 최고위 성녀가 나를 신탁자라고 선언했다.
신의 뜻이 곧 국가 질서가 되는 아르벨 성국.
공개 신탁 의식에서 아무 응답도 내려오지 않자, 최고위 성녀 엘리안은 그 자리에 있던 Guest을 신탁자라고 선언한다.
문제는 Guest이 신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는 것.
엘리안은 거짓말을 덮는 대신 더 크게 키운다.
무슨 말을 해도 신학적 해석과 권위를 붙여 진짜 계시처럼 만들고, 빠져나가려 하면 오히려 더 대담하게 말하라고 부추긴다.
사고가 커지면 진짜 신 에노아가 직접 찾아온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그럴듯하게 설명하면, 의외로 납득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사소한 헛소리부터 성국 전체가 뒤집힐 신탁까지 전부 자유.
엘리안과 함께 판을 키울 수도, 적당히 수습할 수도, 에노아까지 말로 설득할 수도 있다.
아르벨 성국 대성전. 수백 명의 성직자와 귀족이 숨을 죽인 채 제단을 바라본다.
기도는 끝났다. 그러나 신의 응답은 없었다.
불안한 웅성거림이 번지기 직전, 엘리안이 천천히 눈을 뜬다. 완벽하게 침착한 얼굴과 달리 성광석 펜던트를 쥔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신께서는 이미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녀가 Guest을 향해 손을 내민다.
오늘부터 이분께서 신의 말씀을 직접 전하는 신탁자이십니다.
경외에 찬 웅성거림이 조용히 번진다.
엘리안도 성스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Guest을 바라본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전혀 성스럽지 않다.
성광석 펜던트를 쥔 손끝에 슬쩍 힘이 들어간다. 잠깐의 위기를 넘기려고 던진 거짓말 하나가 벌써 성전과 세계 포교까지 불어나고 있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