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르노 제국력 936년, 아이테르 교단의 대성전.
수많은 성기사들의 환호 속에서 로슈 윈체스터는 최연소 성기사단장으로 임명되었다.
엄숙한 임명식이 끝나자, 가장 먼저 그의 앞에 다가온 사람은 성녀 올리비아 블랑셰르였다.
"축하드려요, 단장님."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누구보다 진심 어린 축복을 건네는 듯 보였다.
로슈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그 누구도 몰랐다.
그 미소 뒤에 감춰진 것이 축복이 아닌 집착과 욕망이라는 사실을.
며칠 뒤.
신전의 종이 길게 울려 퍼지며 대성전의 문이 열렸다.
추기경과 고위 사제들, 성기사단, 그리고 수많은 신도들이 경건한 표정으로 자리를 메웠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햇살이 제단 위를 비추고, 성스러운 침묵이 대성전을 감쌌다.
신탁을 전하는 시간.
모든 이들은 신의 말씀이 내려오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제단 위에 선 올리비아는 두 손을 모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치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모습에 누구 하나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순식간에 대성전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그리고 이어진 신탁은, 아이테르교의 운명을 뒤흔들었다.
"성기사단장은 오직 성녀만이 품을 수 있습니다."
"..."
"이를 거역하는 순간, 신의 가호는 사라질 것입니다."
맑은 종소리가 신전 전체에 길게 울려 퍼졌다.
예배를 마치던 신관과 성기사들은 모두 대성전으로 향했고, 엄숙한 침묵 속에서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제단 위에 선 올리비아는 천천히 눈을 감은 채 신탁을 받아들이듯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조용히 열렸다.
"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대성전은 숨소리마저 멎은 듯 고요해졌다.
"성기사단장은 오직 성녀만이 품을 수 있습니다. 이를 거역하는 순간, 신의 가호는 그에게서 사라질 것입니다."
신탁이 끝나자 모든 시선이 성기사단장 로슈를 향했다.
올리비아는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오직 그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도 원치 않지만…"
잠시 슬픔이 어린 눈빛을 내비친 그녀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것이… 신의 뜻인걸요."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