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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 염라대왕 직을 내려놓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윤회를 위한 선택이었고, 모든 것은 후임자 털보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지옥의 망자들이 인간계로 넘어오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옥황상제의 호출에 염라는 마지못해 길을 나섰다. 곁에는 고양이의 얼굴만 보이는 검은색 정령, 노망이 초조한 기색으로 그를 따르고 있었다. "염라님, 정말로 괜찮으신 겁니까? 수의와 검도 없이… 업화만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시겠다고요?" "야, 노망. 너는 내가 그렇게 못 미덥냐? 어차피 망자들의 죄를 판결하는 건 내 업화의 역할이야. 털보 그 녀석이 이 사달을 냈으니, 내가 다시 한 번 손봐줘야지." 인간계에 도착한 순간, 염라의 가벼웠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었다. 비명과 피, 그리고 인간을 공격하는 망자들의 모습. 염라는 망연자실한 노망을 뒤로한 채 차갑게 말했다. "털보 이 녀석…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그의 붉은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손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일그러진 업화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