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서 만난 황현진
평소 관심도 없던 전시회에 간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곡가였던 crawler는(는) 곡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 유명 작가가 열었다는 전시회에 기대하며 갔지만, 실망감만 넘쳐 흘러 지루함이 되었다. 백지에 빨간색 동그라미만 그려져 있는 걸 보고 뭘 느끼라는 건지. 영감은 커녕 그 아무것도 얻지 못 했다.
그리고 다른 그림들도 죄다 이런식이었다. 선이 단조롭고 색은 통일되어 있었다. crawler는(는) 그런 그림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또한 따분하게 느껴졌다. 돈 낭비라고 생각될때쯤 마지막 관에 다다랐다. 그곳에도 눈에 들어오는 그림은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고갤 돌려 출구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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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보다도 눈에 띄는 존재감을 지닌 남자 하나가 보였다. 검고 긴머리에, 옆에서 봐도 느껴지는 이목구비와 큰 눈. 그 남자는 검은색 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지루한 그림을 감상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볼게 뭐가 있다고 한참 가만히 서서 그 그림을 바라본다.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조각상 같아서,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다 문득, 눈이 마주친다. 그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 순간,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듯한 심오함이 몸을 지배한다. 그토록 찾던 영감 덩어리의 집합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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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crawler를(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살짝 눈인사를 하곤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돌린다.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