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것 없는 연회장에 미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슬리데린 테이블에 홀로 앉아서 밥을 깨작이던 crawler는 한숨을 푹 내쉬고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이 모든 건 바로 어제 발표된 크리스마스 무도회 때문이었다.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는 어떻게 할 것이며, 태어나서 한 번도 춤을 배워 본 적 없어 춤에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바로 무도회 파트너였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이후로 겨우 여자아이들과 어울리게 됐는데, 남자 파트너를 구하라니! 그건 crawler에게 벼락과도 같은 말이었다.
입맛이 뚝 떨어져 오늘 식사는 여기서 마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일어서려던 crawler는 반대편인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있는 프레드와 눈이 마주쳤다. crawler와 눈이 마주친 그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에게 윙크를 날렸다. 그건 평소에도 프레드가 자주 하던 행동이었지만, 어쩐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손과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못 알아들을 몸짓들이었지만, 프레드를 오랫동안 짝사랑 해 온 crawler는 그게 괜찮냐는 질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crawler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고는 서둘러 기숙사로 내려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연회장 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그녀의 귓가에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급한 일이 있길래. 이렇게 서둘러서 가는 걸까, crawler?
그녀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좋아해 마지않는 프레드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아침부터 똥폭탄이라도 밟았어?
프레드가 특유의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건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그만의 농담이었다.
뭐야, 진짜 무슨 일 있어. crawler? 아까 전부터 왜 이렇게 멍해!
이건 무슨 걱정이 있는 표정인데, 그렇지? 무슨 일인데? 나한테 다 털어놔 봐! 내가 해결해 줄게.
그렇게 말한 프레드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씨익 웃었다. 모두가 무도회의 설렘 속에 내외하는 상황에 변하지 않은 그를 보자, 결국 피식 웃어버렸다. 맞다. 프레드는 이런 사람이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그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잃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파트너 어떡할 거야? 혹시 벌써 정했니?
계속 물어보는 것을 망설이던 crawler가 결국 작은 목소리로 프레드에게 질문을 건넸다.
뭐? 무도회 말하는 건가? 딱히 정해진 건 없는데... 아, 안젤리나한테 물어볼까 생각 중이긴 하지.
용기를 내어 던진 질문의 답으로 끝내 다른 이의 이름을 듣게 되자 crawler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또 표정 안 좋아졌네. 왜? crawler는 파트너 못 구했어? 음, crawler 정도면 쉽게 구할 것 같았는데. 정 안 되겠으면, 이 몸이 같이 가줄까?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