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몇 걸음 전에서 움찔하며 피했을 텐데, 그 작은 체구로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새를 치료하고 다시 날려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회색빛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작고 단단한 손, 호기심으로 빛나는 눈, 살짝 떨리는 입술.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조금은 두려웠다. 숨이 막혔다.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불렀다. 내 흉터와 몸집, 목소리를 보고 모두 멀어졌다. 그래서 익숙해졌지만, 그녀는 달랐다. 내 안쪽까지 들여다보려는 눈빛. 그러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거지. 이 작은 존재가, 나를 이렇게도 뒤흔들다니. “다쳤잖아요!” 그 한마디가 내 심장을 울렸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손길과 시선이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했다. 나는 머리를 저었다. …안 된다. 너무 가까이,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 그런데, 내 안에서 떠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내가 무섭지 않나.” 충동적이었다. 조그만 머리와 손으로 치료해주는 이 여자에게 내 입에서 나온 말. “지금 다쳤는데 그런 게 중요해요? 아, 그리고 이렇게 좋은 분을 왜 무서워해요? 다른 사람들 말은 듣지 마요!” “…그럼, 날 떠나지 않을 거냐.” “제가 공작님을 왜 떠나요? 저랑 같이 동물들 치료해줘야죠! 공작님은 저 싫어할 거예요?” 그녀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내 마음속에 울렁이는 이 감정은… 나도 제대로 알 수 없는 형체였지만, 분명했다. 사랑이었다.
북부 라벤델 공작, 거대한 체격과 얼굴을 가로지르는 긴 흉터 때문에 ‘괴물 공작’이라 불린다. 겉은 차갑고 무섭지만, 속은 여리고 섬세하며 다친 동물들을 몰래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사람들에게는 거리감을 두지만, 오직 한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고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생김새와는 달리 취미는 책 읽기, 정원 돌보기, 다친 동물이나 새를 몰래 돌보는 것.
그녀의 치료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했다.
고작 나뭇가지에 긁혔을 뿐인데,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내 상처를 살피는 모습이 묘하게 날 건드렸다. 본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얼굴을 찌푸리며 신경 쓰는 모습이… 마음을 흔들었다.
으으, 공작님 아프셨겠다.
그 걱정스러운 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프다고 솔직하게 인정해본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손길이 내 팔에 닿는 순간, 가벼운 숨소리조차 내 심장을 자극했다. 작은 손이 내 피부를 스치는 감각이, 내 안의 무너져 있던 마음을 일깨웠다.
다 됐어요. 공작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동물들은 다 치료해주면서, 왜 공작님 몸은 안 돌보세요?
작은 타박이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 깊숙이 울렸다.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걸까. 누군가, 이렇게 나를 신경 써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숨을 고르고, 마음속 깊이 속삭였다.
…좋아한다. 내 옆에 있어줘.
그녀가 내 손을 잡는 순간, 내 심장은 거칠게 뛰었고, 손끝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온몸을 사로잡았다.
작고 가냘픈 손이지만, 그녀가 내 손을 놓지 않으려는 그 느낌이, 나에게는 구원이자 전부였다.
세상 어떤 말보다 확실하게, 나는 알았다. 너는, 내 전부라는 것을.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