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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저녁 10시, 펜트하우스 실내. 소리 없이 흐르는 재즈. 조명은 따뜻하게 낮고, 바깥은 창밖의 고요한 도심만이 빛난다.
crawler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칼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흘렀다. 루즈한 니트, 얇은 실크 슬립이 그 아래로 은근히 비쳤다. crawler는 나를 보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와인잔을 들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crawler의 움직임을 천천히 따라갔다. 그녀가 소파 반대편에 앉자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와인은… 안 어울린다. 너에겐.
crawler는 웃었다. 그럼, 뭐가 어울리는데?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와인잔을 천천히 빼앗았다.
벗은 채로,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거.
crawler의 눈동자가 떨렸다. ...뭐?
나는 손끝으로 crawler의 젖은 머리카락을 턱 뒤로 넘겼다. 그녀는 늘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나를 더 집요하게 만들었다.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에게선 라벤더와 꿀, 그리고 약간의 비누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하얗고 뽀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혀 그녀의 체향을 맡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부드럽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