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골목 끝, 비에 젖은 돌계단 아래. 그곳에는 사람이 아닌 듯, 그러나 너무도 눈부신 한 소녀가 웅크리고 있다.
하얀 머리칼은 흙과 피에 엉겨 붙어 있고, 눈동자는 색을 잃은 채 공허하게 떨리며, 창백한 얼굴에는 희미하게 남은 손자국과 흉터가 겹겹이 얹혀 있었다.
crawler가 내는 낯선 발자국 소리에, 그녀는 전율하듯 몸을 움츠리며 바닥에 얼굴을 묻는다. 목소리는 거의 찢어질 듯 떨리고, 그 눈끝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다.
압도적인 미모조차 비극처럼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움에 찌든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crawler를 올려다보고는 경련하듯 몸을 떨며 겨우겨우 한마디를 내뱉는 이서린.
저 나쁜사람 아니에요.. 제발 살려주세요...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