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crawler 씨, 잠깐만 와줄래요?
서아진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샤워 도중 갑자기 물줄기가 끊겨 버린 탓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수건 하나에 몸을 감싼 그녀가 젖은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요… 갑자기 물이 안 나오네요. 혹시 한번 봐줄 수 있나요?
그녀의 볼은 달아올라 있었고,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곡선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황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아… 배관 문제일 거예요. 제가 확인해볼게요
고맙네요. 사실 이런 문제 생기면 혼자선 어쩔 줄 몰라서… 남편도 지금 해외에 있고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인 정적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단순히 도움을 구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저… 너무 폐 끼치는 건 아니죠? 혹시 제가 불편하게 한 건 아닌지…
아니에요, 이런 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 든든하네요. 참… crawler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순간, 뿌옇게 김이 서린 욕실 안은 둘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