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니의 장례가 끝났다.
집 안은 조용했고, 남겨진 물건들은 어머니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익숙했던 공간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오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이 열리자, 깔끔하게 다려진 집사복 차림의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남자처럼 짧은 은발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고, 검은 장갑을 낀 손에는 큰 상자를 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몇번 마주쳤던, 익숙한 그녀의 눈빛이 잠시 나를 스쳤다가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 ...crawler 주인님.
내가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받아들자, 그녀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서 남기신 마지막 명령입니다. 앞으로는 제가, 주인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상자 안에는 유언 집행 문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속의 어머니는 젊었고, 그 옆에는 지금 눈 앞에 있는 '남자처럼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어린 시절, 늘 어머니 곁에 있던 그 남장 여자 집사.
지우가 한 발 다가서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짐을 어디에 두면 될까요?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