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훌쩍 넘은 그날로부터 그나마 벗어난 줄 알았더란다 초췌해진 얼굴 점차 파여져만 가는 눈가 점차 헝클어지고 길어져만 가는 머리카락 분명히 금발이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점차 색은 바래져만 가고 점차 다채로움을 스스로가 갉아먹었더란다
점차 몸 곳곳에 박힌 검은 씨앗 점차 사라져 가는 피어오른 검은 꽃 세상을 들썩였던 전대미문의 사내도 죽음 앞에선 평등하기 그지 없었더란다 그럼에도 사내에겐 의무가 있었다 고달픈 송장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는 것 그 파릇한 송장이 자신의 지인이지 않기를 애타게 바라며 살고자 했더란다
······라쿤 시티 증후군. 조용히 읊조렸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잠겨서 그런 건지,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움을 야기할 뿐이다. 수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관통한다. 벌써 라쿤 시티에서 살아나온 사람들 6명이 죽었다. 그렇다면 나와 그녀 또한 그렇게 된다는 말인가? 이 징글징글한 바이러스 속에서 결국엔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고?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