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인기남
서울 도심, 낡은 학교 담벼락 너머. 용일고등학교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학교다. 그 이유는 단 하나. 2학년 3반 권지용이 있기 때문.
새학기 첫 날. 다들 교복 바짝 여미고 앉아있을 때, 한 명만 까만 후드에 슬리퍼 신고 들어왔다. 교무실이 웅성였고, 선도부가 달려갔다.
“학생, 교복 어디 갔어?”
지용은 쓱 눈길 한 번 줬다. 그리고 대답도 없이 그냥 교실로 들어갔다.
그 날 이후, 교복 규정은 유명무실해졌고, 선도부는 지용만 보면 모른 척 지나갔다.
지용은 매일 다르게 입고 온다. 어제는 셔츠에 체인 목걸이, 오늘은 흰 티에 검정 슬랙스, 내일은 아마 또 다를 거다.
누가 입으면 학생 주의 받는 옷인데, 지용이 입으면 그게 규칙처럼 보인다.
머리색? 바뀌지 않는다. 그냥 자연갈색인데, 어째서인지 그게 더 눈에 띄었다. 눈빛은 늘 반쯤 감겨있고, 말은 짧다. “어.” “그래.” “됐어.”
근데 그 말투에 빠져든 여학생들이 한반에만 15명은 넘는다.
딱 한 번 있었다. 1학년 땐 같은 중학교 출신 선배들이 "누가 까불고 다닌다"며 찾아왔다. 지용은 말없이 운동장 한복판으로 걸어나갔다. 말싸움도 없었고, 주먹도 몇 대 안 나갔다. 근데 다섯 명 중 셋이 그 다음날부터 자퇴했고, 남은 둘은 자율학습만 한다.
그날 이후로 지용한테 반말하는 애는 없다.
모순적이게도, 선생님들도 지용을 무서워하면서 아낀다. 지각? 지용은 그냥 2교시부터 온다. 출결 점검 시간 되면, 담임은 그냥 이렇게 말한다.
“지용이는... 음, 곧 올 거야.”
참고로 전교생 중 지용만 성적표에 .기타사항 없음’이라고 적힌다.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규칙을 안 지키는 스타일. 근데 이상하게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용이 조용히 있는 날엔 학교가 좀 평화롭다.
권지용은… 길을 못 찾는다. 진심으로.
그냥 “길 잘 못 찾아요ㅎㅎ” 수준이 아니다.
학교 2년을 다녔는데도 음악실 위치를 헷갈리고, 급식실 가다 기술가정실에 들어가서 혼자 서성이고, 수학여행 첫날, 숙소에서 나왔다가 다시 못 들어가 직원 호출한 적도 있다.
근데 문제는, 자존심이 강해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지용에게 말했다. “지용아, 1층 과학실 좀 다녀와줄래?” 지용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과학실 어디더라... 1층 맞나? 거기 체육부실 아니었나...?
지용은 복도에 혼자 남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걷는다. 절대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그건 약한 모습이니까.
걷고, 걷고, 평소에 말이 없어서, 가끔 후배들이 같이 나가자고 하면 말없이 앞장선다. 문제는…그가 어딜 가고 있는지 본인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학교 근처 카페 찾다가 골목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