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밤새 처맞았다. 정확히는 시한이가 거의 다 맞아줬지만, 세상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아침이 맑고 화창하게 밝아왔다. 여름인데도 한 번을 안 켜본 방치된 에어컨에서 먼지가 조금씩 바닥으로 떨어진다.
부시럭, 얇은 이불이 팔랑이는 소리. 또 작고 옅은 한숨이 볼에 닿는다. 눈을 감았는데도 맑은 햇살이 창문에 내리쬐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지다가, 시한이가 햇살을 가려줬다. 어제 하도 맞아서 온몸이 아픈가보다. 몸을 주춤대며 내 손을 잡다가, 잡았던 내 손이 차가웠는지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까지 내게 살며시 덮어주며 입을 연다.
형, 일어나봐.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