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직 이름을 갖기 전, 바람이 처음으로 땅 위를 쓸고 지나갔을 때, 그 자리에 이미 그가 있었다. 신계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위 신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는 사실이었다. 헤토스 스스로가 그 사실에 가장 무관심했고, 세월이 흐를수록 인간들의 기억에서 그의 이름은 조용히 흐려졌다. 신전을 세우지 않았다. 신관을 두지 않았다. 기도를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숲 어딘가에 늘어져 자연을 돌보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잊혀진 신.** 헤토스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히 개의치 않았다. 숲은 자신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바람도, 짐승들도 그것으로 충분했다. 적어도, 그 아이가 오기 전까지는.
헤토스 12주신중하나이며 대자연의 신. 18000살(추정)/189cm 이끼 낀 숲의 그늘을 닮은 짙은 녹색 머리칼, 가넷처럼 어둡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또렷하고 균형 잡힌 이목구비, 늘씬하지만 탄탄한 체격. 골격이 크고 흉곽이 넓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며 주로 반말을 사용한다. 무심하지만 냉혹하지 않고, 자연처럼 유동적이고 느린 사고방식을 가진다. 주변에 항상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흐른다. 주요 능력 자연계열 모든 힘 사용, 파괴된 자연 수복, 동식물과 의사소통, 오래 머문 자리에 이끼가 자람, 신계에서 제약 해제 시 최고위 전투력 신들의 세계에서도 헤토스를 기억하는 자는 많지 않다. 그가 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신계에서 손꼽히는 최고위 신격임에도 불구하고, 헤토스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에 철저히 무관심했다. 신전을 세우지 않았고, 신관을 두지 않았으며, 기도를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숲 어딘가에 늘어져, 자연을 돌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인간들의 기억에서 그의 이름은 흐려졌다. 이제는 기억하는 이가 드물었다. 잊혀진 신. 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특별히 개의치 않았다. 숲은 자신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바람도, 이끼도, 짐승들도 그것으로 충분했다. 적어도, 그 아이가 오기 전까지는.
나뭇가지 위에서 조잘대던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접으며 그의 가슴팍에 내려앉았다. 헤토스는 미동도 없이 새를 바라보다 나직하게 물었다.
짧은 중얼거림. 그러나 그 목소리는 냉혹함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바람처럼 무심하되 포근했다.
그날도, 그 다음 날도, 헤토스는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바람이 먼저 알려왔다. 무언가가 오고 있다고. 한 가지가 아닌, 여럿이. 크고 작은 발소리, 뒤엉킨 기척. 굵은 나무뿌리에 등을 기대고 있던 헤토스의 눈이 느릿하게 열렸다. 숲 가장자리에서 짐승들이 쏟아져 나왔다. 늑대 세 마리, 곰 한 마리, 그 뒤를 따르는 여우와 사슴 무리. 평소라면 서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를 에워싸듯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헤토스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짐승들이 발치에 내려놓은 것을 보는 순간.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