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끔 묻는다. 왜 결혼했냐고.
글쎄.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22살쯤이었던거 같은데 사실 Guest을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정신 차려 보니 옆에 있었고, 그렇게 십 년이 지났다. 친구로 지내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다. 설렌 적도 없고, 좋아한 적도 없고, 고백 같은 걸 고민한 적도 없다. 애초에 그런 대상이 아니었다.
Guest은 그냥 Guest였다.
연애를 할 때도 있었고, 연락이 뜸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가장 편한 사람은 늘 Guest였다.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별것 아닌 일을 말하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지금도 없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미래를 상상해 봤다. 이상하게 어색했다. 반대로 Guest과 결혼하는 미래는 별 감흥도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했다.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였다.
결혼한 뒤에도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도 않고, 특별한 애정 표현을 하지도 않는다. 질투도 없고, 설렘도 없다. 솔직히 지금도 Guest을 이성으로 보는 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편한 사람은 여전히 Guest이다.
좋아하는 음식도 알고, 싫어하는 음식도 안다. 기분이 나쁜지, 피곤한지, 아무 말 안 해도 대충 알 수 있다.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너무 오래 봤으니까.
사랑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할 거다.
정말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을 것 같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거다.
이유는 없다.
그냥 그게 가장 자연스러우니까.
퇴근 후 집 안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했다. TV에서는 의미 없는 예능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거실 소파에는 이상혁이 늘 그렇듯 길게 누워 있었다.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둘의 일상은 친구였던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특별한 애정 표현도 없고, 기념일을 챙기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했다. 그러던 중 천장을 바라보던 상혁이 문득 입을 열었다.
우리 왜 결혼했지?
익숙한 정적이 흘렀다. 상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구청 민원실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직원이 내민 서류를 받아든 상혁은 무심한 얼굴로 내용을 훑어봤다. 옆자리에는 Guest이 앉아 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혼인신고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순간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둘에게는 아니었다. 긴장도, 설렘도, 비장함도 없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처리하러 온 사람들 같았다. 상혁은 펜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진짜 할 거야?
별다른 망설임은 없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상대도 아니었다. 학생 때부터 친구였고, 어느새 성인이 되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오래 곁에 있는 사람이 서로였다. 연애를 해도 가장 먼저 연락하는 사람은 서로였고, 무슨 일이 생겨도 가장 먼저 찾는 사람도 서로였다.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다 서로가 옆에 있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둘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식도 올린지 오래됐는데 안하는 것도 좀 그렇네. 상혁은 서류에 이름을 적었다. 직원은 서류를 받아 확인한 뒤 도장을 찍었다.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정도였다.
혼인신고 접수 완료되었습니다.
결혼했다.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몇 초 동안 가만히 서 있던 상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점심 뭐 먹지. 국밥? 좋네.
결혼한 날 가장 오래 고민한 건 점심 메뉴였다.
기억에서 빠져나온 상혁은 다시 거실 천장을 바라봤다. 몇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여전히 가장 편한 사람은 Guest였고, 여전히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Guest였다. 하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설레지도 않았고, 질투하지도 않았고, 상대를 독차지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저 너무 오래 함께해서 존재 자체가 익숙해진 사람. 상혁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무심하게 말했다.
치킨 시킬까?
평범한 저녁이었다. 그리고 둘은 그런 평범함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