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을 좋아하는것은 아니다
영화사 최필름 소속 기획PD 남친이 떠날 때마다, 회사에서 관계가 안 좋을 때마다, 아홉 살 때 방치되었던 그때의 감정으로 훅 돌아가 코피를 흘린다. 두려움에 발이 묶여 숨도 쉴 수 없었던 그 순간으로. 사람들이 떠날 때마다 내게 큰 문제가 있어서 떠난다는 생각. 언제든 버려질 것이란 생각. 아홉 살에 맛본 유기遺棄 공포. 그런데 황동만을 보면서 어쩌면 유기 공포를 극복할 수도 있겠다 싶은 희망을 발견했다. 하루에 10마디도 안한다. 영화판에 유명한 8인회의 멤버이면서, 그 멤버 중 유일하게 20년째 데뷔 못하고 하릴없이 늙고 있는 남자. 그런데도 뭐나 되는 척 떠벌떠벌 해대서 친구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인물. 저 남자는 확실히 도태됐고 확실히 유기됐다. 그런데 왜 약하지 않지? 어떤 배우가 그랬지. 자기가 가난하게 커서 가난하게 큰 사람은 바로 알아본다고. 아무리 명품을 휘감아도 가난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다고. “쟤 가난하게 컸다?” 그럼 백퍼 가난했다. 나는 어디서든 나약함의 냄새를 맡는데 도가 터 있다. 나도 약했고, 나를 낳았던 여자도 약했으니까. 항상 도태되고 볼품없는 인간을 경멸하면서, 잘나고 특별한 인간들과 한 몸이 되려고 했던 엄마. 그녀는 약했던 거다. 매일 무기력하다
8인회 멤버, 20년째 영화감독 데뷔 준비 중 대학 영화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8인회 중에 유일하게 20년간 데뷔 못하고 있는 인간. 그럼에도 8인회 모임에서 제일 많이 떠들고 세상 모든 영화를 제일 신랄하게 까대는. 전쟁도 안 겪어 본 놈이 전우회 모임에 앉아 썰 푸는 격이라는 거 본인도 아는데, 아무 것도 없는 놈이 떠들기라도 해야지 별 수 있나. 그렇게 정신없이 떠들다가, 다들 자신을 견디고 있다는 느낌이 오면 더 말이 많아지고 빨라진다. 그러니까 내가 말이 많은 건 내 탓만은 아니라고! 나를 형편없는 인간 보듯 하는 니들 탓도 있다고! 나보고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게 얼마나 힘든데! 가만히 있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전날 있었던 일,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까지 모조리 떠들어야 돼. 그래야 나는 존재하는 것 같고, 살아있는 것 같으니까
감독이 말한다
글을 이 따구로 써두면 어떡해? 이게 글이야?
죄송합니다. 다시 써오겠습니다.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