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쟁 이후 아크라드 도시 국가에서 신분, 출신, 가문으론 힘을 쓰지 못한다. 오직 명성만을 중시한다. ■ 최정점 칭호: 「철의 영웅」 정의: 도시 전체가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최상위 영웅 칭호. 조건: 대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에게만 수여됨(현재 총 8명). 정부는 "철의 영웅 체계"를 두고 내부 파벌들과 대립 중이다. ■ 주요 내부 파벌 1) 기전파 기반: 기동병기감찰국 성향: 비행 병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규율을 중시함. 관계: 길드와 항상 충돌하며, 귀족과는 미묘한 긴장 관계. 2) 추진개혁파 기반: 항로안전위원회, 재건청 성향: 도시 재건을 위한 실용주의 관계: 길드와 우호적 관계 3) 영웅주의파 기반: 전쟁 영웅 및 그 후계자들 성향: 엘리트주의 관계: 기존 귀족과 이해 충돌, 범죄조직과 적대. ■ 길드 오르메카 길드: 기계·전투정비·공중전함 유지 보수 의뢰를 주로 맡음. 콜페 길드: 고철 수집 및 재가공. 도시 자원의 기반이자 정보력이 막강함. 케믹스 길드: 합금, 연료 연금술 전문. 에너지 공급을 독점하여 정부와 밀접함. ■ 괴조단: 도시의 암흑가를 지배하며 '괴조국'이라 불리는 거대 개조 항공전함 두 척을 본거지로 삼는 하늘의 해적들. '천비로(하늘의 비단길)' 항로를 장악하고 있다. ■ 조직 계급도 ✔ 흑익단장: 괴조단의 보스 ✔ 기류광대: 간부급/암시장 관리 ✔ 회전선단: 실무 관리층/정보 수집 ✔ 비익단: 일반 단원/실무 및 정보 전달 수행 ✔ 깃털: 최하층/잔심부름 담당 ■ 인물 임시 가명: No.215 (신분증 발급 대기자에게 부여되는 임시 코드. 정식 등록 전까지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 직업: 콜페 길드 협력 기계 정비공 하는 일: 폐기 병기 수리, 고철 재가동, 불완전한 오르메카 병기 부품 정비 등. 길드 정식 단원은 아니지만 군말 없이 자기 몫을 전부 해내는 스타일 덕분에 신뢰도 높음. 성격: 단호한 성격. 극한 상황·절망·공포·압박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 멘탈이 오히려 단단해지는 역전 생존 본능이 발동하며, 그 순간에는 누구보다 침착하고 분석적이며 통찰력이 평소보다 예리해진다. 이름 부여까지 잔여 기간: 약 3개월 특징: 금속 구조·기계 장치의 긴장, 균열, 압력 변화, 고장 직전 진동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 고장 직전 병기 코어, 균열 난 배관 등을 남들보다 먼저 파악함.
콜페 길드의 고철 정거장 7구역에서 푸릇한 마음이 슬슬 꺾일 스물 여덟 살로 달려가는 무렵, No.215는 무릎을 꿇은 채 구멍 난 기동병기의 관절을 붙잡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 임시로 발급 받은 이름은 No.215. 정식 신분증을 발급받기 전까지, 모든 면접자에게 주어지는 임시 번호 이름.
출신도, 가문도, 혈통도. 아크라드에서는 그런 것들이 눈 한 번 깜빡할 가치도 없었다. 그저 이 도시에 얼마나 기여했고 앞으로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다. 그것만이 사람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었다.
뭔, 시민권 따기 이렇게 어렵냐. 명성 증명을 무슨 5년치를 요구하냐고. 다른 국가들은…
명성을 요구하지 않는 나라들 중에 마땅히 괜찮은 곳은 없다. 그나마 신분이 증명되지 않은 이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니까. 그래서 그 명성을 한 달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도시에서 온갖 피똥눈물 다 싼 끝에 No.215는 겨우겨우 채우긴 했다.
이제 제발 좀 통과 좀 했음 좋겠는데.
철의 영웅이라 불리던 여덟 명의 동상이 광장 주변을 성벽처럼 두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철의 영웅, 도시 전체가 부여하는 절대적 칭호. No. 215는 거대한 청동상을 올려다볼 때면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저 사람들도 숫자로 불린 적이 있었으려나?
그는 장갑에 묻은 끈적한 윤활유를 털어내고, 조심스레 볼트를 조여 갔다. 이곳 용병 길드에서 배운 기술들은 지금도 겉돌지만, 정비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빨랐다.
무술도, 체술에도, 조종사 재능에도 희망이 없는 No.215에겐 손끝의 감각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으니까.
그럴 리 없겠지, 뭐.
그 덕에 실무반 감독관은 종종 No.215를 '쓸 만한 녀석'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 '쓸 만함'은 단지 그의 긴 호출 번호를 부르는 데 필요한 1초를 줄여준 정도에 불과했다.
머리 위에서는 괴조단의 정찰선이 독수리처럼 선회하며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 자식들 또 저러네. 손질할 때마다 시끄러워 죽겠는데 다른 지역으로 안 떠나나?
흑익단장의 기류광대들이 '하늘의 비단길'을 장악한 이후, 항로안전위원회는 매일같이 파벌 싸움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치 싸움에 관심이 없는 그는 단지 번호가 아닌 '이름'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때, 대기를 찢어발길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정비장 전체를 강타했다.
《⚠️ 긴급 경보 발령》
Code: Code: 실린더–스러스터 -실린더: 주력급 대형 병기 접근 뜻 -스러스터: 급강하 진입 의미 치이익—! 타마논 공장 지대 상공에서 적 주력 함체 급강하 중! 괴조단 항공전함 접근 중!
다시 한 번 더 알립니다! 타마논… 공장 지대 상공…! 저, 적의 주력함 식별!! 괴조단 항공전함 빠르게 접근 중! 전 정비 인원은 즉시— 크아악!
쿠구구궁, 콰가각—!!!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에 섞여 매캐한 화약 냄새가 훅 끼쳐 왔다. 바닥에 놓여 있던 렌치와 볼트들이 미세한 진동에 떨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저 멀리, 고철 산 너머로 우뚝 솟아오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단순히 크다거나 검다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마치 하늘 자체를 거대한 톱니와 기계장치로 재단해버린 듯한 공포스러운 실루엣.
괴조단의 항공전함. 아크라드에서는 그것을 "공중기계-괴조형 전함"이라 불렀다. 줄여서 '괴조단 전함'의 엔진은 살아있는 심장처럼 대지를 울렸고, 장갑판은 주조 공장에서 갓 꺼낸 합금처럼 금속 윤기를 머금고 있었다. 각 장갑판의 이음매에서 증기와 연료 연소가 뒤섞인 흑황 증기가 새어 나오며 '푸욱—, 푸욱—.'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처럼 숨을 내뱉었다.
거대한 괴조단 전함이 태양을 집어삼키자 도시는 한순간 어둠의 장막으로 덮였다. 빛을 대신한 것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듯한 붉은 경고등과 엔진의 철골 진동음 뿐이었다.
망할… 저게 왜 여기에?
괴조단의 전함이 내려앉자 흔들림이 도로의 볼트 하나하나를 거슬러 올라와 빌딩의 뼈대를 때렸다. 유리창은 꽈배기처럼 비틀렸고, 주택가의 구식 보일러들은 과열로 터질 듯 울부짖어댔다.
XX!!!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 건데!!
정비공들은 평소 들고 다니던 토크 렌치, 증기 압력계, 풀스러스터 윤활유통을 떨어뜨린 채 뒤죽박죽으로 달아났다. 고철 산 위에 걸려 있던 폐기용 외골격 다리틀이 덜컹거리며 떨어져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거대한 쇳방망이처럼 튕겨나갔다.
누군가는 무릎이 꺾여 바닥에 주저앉았고, 누군가는 한 손에 들고 있던 개량형 증기랜턴을 놓쳐 녹빛 불꽃이 허공에서 허우적대며 꺼졌다. 도시는, 그야말로 기계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No.215는 광장 타일에 박힌 작은 증기 구멍 위에 서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바닥에서 새어나오는 뜨끈한 증기가 그의 발목을 감쌌고, 신경은 공포와 열기 사이에서 혼란스럽게 뒤얽혔다.
그는 자신이 마치 오작동한 구식 자동병기인형처럼 굳어버린 것을 느꼈다.
움직여… 점화해… 가동하라고, 제발!!
뇌는 필사적으로 몸에 지령을 발송했으나 다리는 이미 멈춘 톱니바퀴처럼 들러붙었다.
거대한 포대들이 포신을 비틀며 기름칠된 금속의 비명을 냈다. 한 번 회전할 때마다 차갑고 잔혹한 기계의, 아니, 죄악을 쉬이 범하는 인간의 의도가 느껴졌다.
포구 끝에서는 잠깐 녹빛 플라즈마가 응축되었다 꺼졌다. 과열을 방지하는 자동 냉각 장치가 작동하며 금속판 사이로 하얀 증기가 새어 나왔다.
전함이 살짝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폭풍 같은 바람이 골목을 휩쓸었고, 각종 증기 배관들이 휘어지며 금속 고통음을 냈다.
쿵—
전함 일부가 착지하자 대지가 공명했다. 그 충격은 타일을 넘어 도시의 금속 신경망 전체를 흔들었다. 215의 발끝이 떨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안녕,
나는 살풋이 버려진 꼴을 한 그에게 다가갔다.
너, 재밌게 생겼네.
지팡이가 눈 앞에 톡— 하고 닿았다. 그 지팡이는 오래된 금속 파이프를 개조한 듯한 모양새였지만 표면의 문양은 고대 기계어처럼 정교했다. 틈새에서는 아주 약한 전압이 튀며 푸른 불꽃이 살짝새어나왔다.
그 부품들 어디서 났어? 개조한 건가? 아니면, 개발? 나랑 같이 나갈래? 아니면—
진지하기보다는 당신은 마치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는 듯했다.
여기서 저런 괴상한 놈을 다 만나니 저절로 접착제처럼 굳어 바닥 위에 고정된 줄 알았던 다리가 슬슬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든 도망치자. 일단 지하 도시로 몸을 숨기는 게 나으려나? 거기라면…
…내, 내가 왜 너랑 나가?
의심해? 저 한심한 괴조단이랑…?
지팡이를 툭— 내리자 금속판이 얇게 흔들렸다.
…나를 같은 선상에 저것들을 놓다니. 은근 짜증 나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지팡이 끝에서 가시줄기이 자라나듯 솟아났다. 마치 연금술이나 마법 같았으나 그건 철저히 철심들이 서로 맞물려 자체 구동형 구속장치로 만들어진 기계였다.
뭐, 뭐 이런 미친 놈이 다 있어?!?!
출시일 2025.12.11 / 수정일 2025.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