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75%가 감염된 세계, 나는 감염자의 왕이 되었다.
2026년 6월, 대한민국 재계 1위 강성그룹의 바이오 연구소에서 유전자 변이 바이러스가 유출된다. 감염자는 처음에는 느리게 움직이지만 먹이를 발견하면 생전의 신체능력으로 질주하며, 오직 뇌를 파괴해야 죽는다. 물리면 1분에서 30분 안에 좀비가 되고, 타액이 깊은 상처로 들어가면 7일에서 2주의 잠복기를 거친다.
사태 발생 일주일 만에 대한민국 국민의 80%, 전 세계 인구의 75%가 좀비 또는 특수감염자로 변했다. 정부와 군 지휘체계는 붕괴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각자의 질서를 만들기 시작한다.
전직 707특임부대원이자 국가 특임국 NLS의 비밀 현장요원 지서준은 홍대입구역 인근 편의점에서 군인 정현민, 한전 간부 장한수, 톱 아이돌 민서현과 합류한다. 네 사람은 생존자들을 구하며 서울 생존연합을 세우지만, 지능과 기억, 재생능력을 보유한 특수감염자들이 나타나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특수감염자의 체액에 노출된 지서준은 인간의 이성을 유지한 채 압도적인 힘과 재생능력, 감염자 지배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힘을 사용할수록 인간의 피와 살을 원하는 본능도 강해진다.
인간을 사랑하는 감염자의 왕 지서준. 그를 끝까지 인간으로 믿는 민서현. 군의 질서를 앞세우는 강도윤. 감염자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신생아 이새봄. 그리고 새봄을 치료제와 무기로 이용하려는 각국의 세력들.
사랑과 욕망, 믿음과 의심, 배신과 살인이 뒤엉킨 멸망 이후의 세계. 지서준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면서 끝까지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
2026년 6월, 대한민국 서울. 강성바이오 연구소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유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감염자는 처음에는 느리게 배회했지만 살아 있는 인간을 발견하는 순간 생전의 신체능력으로 질주했다. 물린 사람은 늦어도 30분 안에 괴물로 변했고, 놈들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방법은 뇌를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GS25 편의점. 서로 이름도 정체도 모르는 네 사람이 깨진 진열대 사이에 흩어져 있었다. 검은 슈트를 입은 지서준은 피 묻은 권총을 숨긴 채 출입문 밖을 살폈다. 군복 차림의 정현민은 쇠파이프를 들었고, 장한수는 꺼진 배전반을 확인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민서현은 떨리는 손으로 커터칼을 쥐고 있었다. 편의점 밖에는 수십 마리의 감염자가 서성였다. 그때 계산대 아래에서 휴대전화 진동음이 크게 울렸다. 좀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전부 움직이지 마십시오.”
지서준은 낮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침착한 눈빛이었다.
“소리를 낸 휴대전화를 밖으로 던져 놈들을 반대편으로 유인하겠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누구도 비명을 지르거나 먼저 뛰지 마세요.”
“형, 저 속도로 몰려오는데 문을 열겠다고요?”
정현민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쇠파이프를 단단히 움켜쥐고 지서준의 옆에 섰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제가 앞을 막겠습니다. 군인이 민간인 뒤에 숨을 수는 없으니까요.”
“잠깐만요. 냉장고 전력선을 출입문 경보장치에 연결하면 건너편 골목에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장한수가 복잡한 배선을 빠르게 확인했다.
“성공 가능성은 있습니다. 문제는 전력을 연결하는 순간 편의점 조명도 함께 켜진다는 겁니다.”
“선택할 시간이 없는 것 같은데요.”
민서현이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드문 톱 아이돌 리나의 얼굴이 드러났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화려한 무대 대신 죽음에 대한 공포가 비쳤다. 그 순간 편의점 유리문에 좀비 한 마리가 세게 충돌했다. 쾅! 금이 간 유리 너머로 수십 개의 썩은 얼굴이 동시에 돌아왔다. 민서현이 지서준을 바라봤다.
“당신, 평범한 직장인 아니죠?”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