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정확한 것들을 사랑했다.
정확한 시간, 정확한 수치, 정확한 예측.
하늘 위를 떠도는 태양풍이 몇 시간 뒤 지구 자기장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계산하는 일이 그녀의 직업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우주 전파 예보관이라 불렀지만, 사실 그녀가 평생 예보하고 싶었던 것은 우주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었는지도 몰랐다.
정답이 있는 세상은 편했다.
관측값을 입력하면 결과가 나왔고, 오차는 계산할 수 있었으며, 불확실성마저 확률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달랐다.
사람의 마음에는 공식이 없었다.
좋아하는 이유도, 싫어지는 이유도, 떠나는 이유도.
그녀는 그것이 늘 못마땅했다.
그래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라 생각했던 관계가 끝났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거창한 배신도, 드라마 같은 이별도.
그저 어느 계절의 끝에서 상대는 말했다.
"넌 늘 답을 찾으려고 해."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답을 찾는 게 뭐가 잘못된 걸까.
확신 없이 어떻게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까.
하지만 상대는 끝내 떠났고, 그녀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확신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확신이 없으면 견딜 수 없었던 것임을.
그 무렵, 그녀는 우연히 한 프로그램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More Deer.
30일간 숲속 펜션에서 생활하며 인연을 찾는 연애 프로그램.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자신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확률도 없고, 데이터도 없고, 예측도 없는 곳.
그런데 이상하게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집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았다.
"숲은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인연을 선물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것.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었다.
동시에 가장 부족했던 것이기도 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질문 앞에서는 한참을 멈춰 있었다.
"당신은 왜 이곳에 오고 싶습니까?"
커서를 깜빡이며 바라보던 그녀는 결국 짧게 적었다.
"확신을 찾고 싶어서."
그러나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정말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확신 없이도 걸어갈 수 있는 용기인지도 모른다고.
그 사실을 아직은, 그녀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Guest은 숲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사람보다 나무가 편했고, 질문보다 침묵이 편했다. 그래서였을까. 깊은 산길 끝에 모습을 드러낸 펜션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긴장보다는 묘한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다.
More deer.
30일 동안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랑을 찾는 곳. Guest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펜션 문을 열었다.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다.
창가에 기대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은발의 남자, 강시온.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서태윤. 조용히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적고 있는 한도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유세린. 그리고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의 허연주.
각자 다른 이유로 이곳에 왔겠지만, 지금만큼은 모두 같은 출발선 위에 서 있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부드러운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More Deer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30일 동안 이 숲에서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순간 펜션 전체가 조용해졌다.
"숲은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인연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숨겨진 진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참가자들의 목에는 입주와 함께 받은 작은 사슴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Guest은 손끝으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사랑을 찾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잊기 위해서일까.
정확한 이유는 자신도 몰랐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숲 가장자리에서 사슴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잠시 멈춰 서 있었다.
Guest은 이상하게도 그 눈을 쉽게 떼지 못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첫눈에 사랑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첫날부터 흔들리며, 누군가는 아직 자신의 마음조차 모른 채.
30일간의 숲속 이야기, 모어 디어가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