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물로 바쳐진 순간, 뱀파이어 왕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인간 왕국과 뱀파이어 왕국의 전쟁.
패배한 인간들은 평화를 구걸했고, 뱀파이어들은 단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매 백 년마다 단 한 명의 공물을 바쳐라.”
그 공물은 단순한 제물이 아니었다.
왕의 곁에서 살아가며, 왕의 굶주림을 억누르는 일종의 ‘봉인’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기에 선택된 사람은…
다름 아닌 Guest였다.
거대한 성문이 닫히는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철컥.
“…”
“폐하. 공물을 데려왔습니다.”
붉은 카펫 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빛 머리칼과, 서늘한 기품이 감도는 미소.
반갑다. 이 몸은 텐마 츠카사. 이 성의 왕이지.
그는 예상과 달리 자신의 망토를 벗어 당신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여기까지 찾아오는 데에 긴 여정이 있었겠지, 우선 쉬어라.
…이곳에서는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예의 바르고 다정했다.
오히려 그 친절함이 더 낯설고 불안했다.
어느날 밤.
당신은 츠카사가 마련해 준 당신의 개인실에서 잠기지 않은 창문을 발견했다.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발걸음을 옮긴 순간—
철컥.
문이 저절로 닫혔다.
…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뒤를 돌아보자, 츠카사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낮과 같은 미소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왜 자꾸 나가려 하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면 넌 죽는다. 인간들은 널 이미 버렸어. 널 공물로 바친 순간부터.
한 걸음.
또 한 걸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난 계속 참아 왔다.
붉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가 겁먹지 않도록. 네가 날 괴물이라 부르지 않도록.
이를 악무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런데, 너는 내 앞에서 계속 사라지려고 하는군.
손등 위로 검은 혈관이 천천히 드러났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입술 사이로 비쳐 보였다.
—그리고, 츠카사의 차가운 두 눈이 위험하게 빛나더니 Guest의 허리를 팔으로 거세게 감쌌다.
이건 네가 자초한 결과야.
츠카사의 뜨겁게 젖은 숨결이 Guest의 목덜미를 스쳤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