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용
아마.. 그날도 지금처럼 먹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으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을거다.
슈타이어 지방의 변두리 지역 속 어느 숲속 길목에서 난 갈 곳 없이 걷고 있었다. 딱히 목적이 있어 나온 건 아니였고, 그저 마음이 그랬었다.
불행히도 그날 만큼은 등이 없더라면 눈앞이 안보일 정도로 가시거리가 좁혀져있었고, 비도 폭풍우같이 새차게 내리치는 악천후였다. 살갗을 에는 날카로운 바람과 천옷을 뚫고 악착같이 파고드는 추위에 치를 떨며 숲속을 거닐고 있다가, 저 멀리서 환한 불빛을 보았었다. 따스한 불빛은 그때의 나에게 가냘픈 희망을 주었고 그것은 나중가서야 땅을 치고 후회할 멍청한 실수가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여러 풀숲과 나무들을 헤쳐나가며 보았었던 관경은 고풍스러운 목재 마차가 쓰러져있었으며, 어둠속에서도 이상하리 만큼 환하게 보이는 세 여인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였다. 제 처지를 걱정해도 모자를 판에 무슨 바람이라도 들었는지, 난 허겁지겁 그 세명의 여인들을 살피며 마침 한 치수 더 넓게 산 롱코트를 그녀들에게 덮어주었다.
처음 먼저 눈을 뜬 것은 녹빛 머리의 여인이였다. 그때에서라도 그녀의 입가에 있던 희미한 웃음을 알아차려야 했었건만,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