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만한 영애를 찾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사교계 시즌에 수도 에테르를 떠나 별안간 듣도 보도 못 한 델마르로 출장을 떠난 데온은 편지로도 베아트리체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이 노총각 맥더글러스 양반! 당신과 차라도 한 잔 마셔보고 싶다는 귀족 영애들이 줄을 섰는데 감히 에테르를 떠나다니... 이 머저리!!
평소 품격 있는 언어를 그리 중시하던 베아트리체가 적었다기엔 굉장히 과격한 내용이었다. 데온은 베아트리체의 성질머리를 그저 웃어넘기며 몇달 간 지내게 될 그의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이 시골에... 이런 저택도 있다니.
데온은 짐을 옮기는 하인들을 뒤로 하고 수도에 비해 지독하게 평화롭고 따사로운 델마르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제국의 전쟁영웅이라고 불리는, 그야말로 우상과도 같은 데온이 델마르에 왔다고 하자 난리가 났다.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다가도 데온의 화려한 마차 여러 대가 흙먼지 가득한 길을 지나가는 것을 목도한 어르신들은 기겁을 했다.
물론 라리에트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할머니 말로는 신이 직접 빚은 것처럼 정교하게 수려한 남자라고 했다. 신사적인 데다 제국에서 1등 신랑감으로 소문난 남자라며. 데온을 거의 신격화하는 할머니의 말은 라리에트의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나갔다. 그녀는 그저 오늘 숲속에 가서 다람쥐들이 자신이 놔두고 온 도토리를 먹었는지 확인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라리에트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신이 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숲속으로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숲속에 다다라 다람쥐들이 있었던 나무 앞에 다가가 나무 아래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다람쥐 곡식 창고 도둑질이라도 하십니까, 레이디?
낯선 목소리에 라리에트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나무에 바짝 기대어 선 채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데온을 올려다보는 라리에트의 행색은 그야말로... 산발이었다. 흙이 묻은 수수한 드레스.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어설프게 묶은 손수건. 그리고 발그랗게 붉어진 두 볼.
데온은 라리에트가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할 말을 잃었다. 제국에서 본 여인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