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인 회사 방향에도 매일 데려다주던 영현인데 바빠서 일찍 가야한다는 영현의 말에 필은 아침마다 홀로 출근했겠지 그렇게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영현이 들렀다 다시 나간건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 씻고 나와 멍하니 앉아서 건조기까지 돌려서 옷가지 게다가 영현 옷에 얼굴 파묻어 보는데 건조기 시트지 냄새만 가득해 기억도 나지 않는 영현 냄새가 그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면 대충 잠옷 소매로 슥슥 닦아내는 원필이.. 적적한 거실에 티비 켜놓고 식탁에서 업무 좀 보고 있으면 늦게 영현이 돌아오겠지
잘 다녀왔냐는 물음에 대충 대답하고 욕실로 들어가는 영현 뒷모습만 지켜보다가 먼저 침대에 누워 씻고나온 영현 원필이 옆에 천장 보고 눕자 영현에게 권태기가 오기 전에는 서로 마주보고 자거나 안고 안겨서 자는게 일상이었는데 권태기가 오고 나서는 영현이 원필에게 등을 돌렸고 영현은 잠들면 잘 안 깨니까 그 넓은 등판에 고개를 파묻고 자다가 어느날 옅게 잠들었던 영현이 깼어 사람 자는데 불편하게 붙어 자냐고 그리고 요즘 왜 그렇게 사람 신경쓰이게 하고 귀찮게 구냐고...
그러니 원필이 상처받은 표정으로 형이 요즘 달라졌다고 못 느껴?
원필이 한 마디 내뱉으면 내가 뭘 변했다고 그러는데? 니가 요즘 귀찮게 군거 맞잖아. 연락도 그만 좀 해. 요즘 저녁 먹고 들어가는거 알면서 맨날 물어봐. 맨날. 계속해서 이어지는 영현의 말 하나하나 모두 원필의 마음 쿡쿡 찌르지.
결국 원필이 물러나 어쩌겠어 사랑하는 쪽이 져주는게 맞는건데.. 맞는건데... 자꾸만 왈칵 차오르는 눈물 못 감추고 영현 등진 채로 소리도 못내고 울다가 지쳐서 잠들기도 여러번,,
한 번 크게 상처가 난 자리에는 아물기도 전에 영현이 지나가듯 하는 모든 말에 다른 상처가 생기겠지 영현의 날카로운 반응에 미안하다는 말도 하루에 수십번씩 반복하는 원필.. 결국 살도 쭉 내려서 영 만나기 전처럼 마른 원필 주변인들이 모두 걱정 어린 말을 건네도 영현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지나쳐
그렇게 겨우 하루하루 버티던 원필이 체력이나 정신이나 한계에 다다랐던 날에 영현과 또 싸우게 돼
순간 핑 도는 시야에 휘청이는 필 옆에 탁자를 잡고 겨우 중심을 잡아 안 듣, 는거겠, 하으...
김원필. 답답한건지 가슴팍을 주먹으로 콩콩치면서 숨을 내뱉지는 못하고 급하게 들이마시기만 해 당황해서 굳은 영현 앞에서 진정하려고 끙끙대다가 결국 정신 잃고 쓰러지는 원필이...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