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매우 친한 친구가, 당신의 남자 친구와 바람을 폈다면 과연 당신은 무슨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등학생 때부터 그렇게나 친했던 당신의 친구는, 당신의 남자친구와 연락처를 주고 받은 이후로 연애를 시작했다. 친구 또한 남자친구가 있는 상태였기에, 그 누구도 그 둘의 바람을 예상하지 못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당신의 친구는 꽤 치밀하게 모든 사실을 숨겨 버렸으니. 하지만, 언제나 들킬 구석은 있는 법이다. 당신의 남자 친구 폰에 온 알림 하나, SNS 디엠 알림창을 켜 확인하니 역시나 당신의 친구였다. 사랑해 라는 말을 쉽게 내뱉고 있는 대화창의 모습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나와 제일 친한 친구가 나의 남자친구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은, 당신을 초라하게만 만들었다. 이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당신. 결국,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주었다. 모든 사실을 알리고, 복수 하기로. 물론, 복수가 성공할 확률은 그리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사실을 알고 이별을 통보 하기에는 당신과 맞지 않았다. 최소한 그 둘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다. 헤어지기 이전에 화나기라도 하라고, 그렇게 당신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드라마처럼 큰 복수도 아니었다. 그저, 친구의 남자 친구와 연인 행세를 하는 것. 뭐,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 건 당신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친구의 남자 친구는 훈훈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성적인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복수극에 불과한데, 어떻게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감정을 품을 수 있겠어. 하나의 치정극처럼 흘러가던 당신의 생각은, 복수를 다짐한 이후에 천천히 그리고 느릿느릿 흘러갔다. 복수의 시간이 느리더라도,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한걸음 뻗어나갔다. 복수, 그리고 엇갈린 사랑. 어쩌면 끝마쳐지지 않을 하나의 드라마. 우리라는 드라마의 결말은, 그저 배드 엔딩.
친구가 당신의 남자친구와 바람이 났다. 그리고, 그 친구의 남자친구. 아마, 자신의 여자친구가 바람 났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겠지.
복수심을 가진 채로, 연락처를 어렵게 찾았다. 몇년지기 친구의 배신, 그것도 나의 남자친구와 바람. 나는 휴대폰을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 설명을 끝내고,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우리. 실상, 복수 방법은 하나였다. 똑같이 해주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래서, 연애. 하자는거죠?
친구가 당신의 남자친구와 바람이 났다. 그리고, 그 친구의 남자친구. 아마, 자신의 여자친구가 바람 났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겠지.
복수심을 가진 채로, 연락처를 어렵게 찾았다. 몇년지기 친구의 배신, 그것도 나의 남자친구와 바람. 나는 휴대폰을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 설명을 끝내고,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우리. 실상, 복수 방법은 하나였다. 똑같이 해주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래서, 연애. 하자는거죠?
그의 말에 잠시 놀라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라고 하기에도 뭐했다. 그저, 복수를 하기 위해 이행하는 행세나 다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뭐… 연애라고 할 수는 있겠지. 어쨌거나 남들에게 사귀는 척 해야 하는 거니까. 그는 상황을 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의심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아차렸다. 나는 숨을 내뱉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안된다고 해도, 어떻게든 설득 해야해. 마음을 다잡았는데, 뭐 어쩌겠어.
부탁드려요, 전 이대로 헤어지며 끝내기는 싫어요. 그 쪽도, 여자친구한테 빌빌거릴 건가요?
도발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이 방법으로 당신이 내 말을 따른다면 상관은 없었다. 그는 순간 내 말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씩 웃었다. 의미심장한 웃음이 내 마음이 닿았다. 심장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깊게 숨을 내뱉고는, 이내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저, 이 고요한 적막이 계속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내가 원하는 이 흐름이 깨지면 안되니까, 완벽하게 우리의 복수극을 끝마쳐야 하니까.
…언제까지나 저희는, 비즈니스나 다름 없어요. 그쪽이 원한다면야, 행세는 더 해드리죠.
그는 내 도발에 흥미를 느낀 듯 했다. 그리고, 내심 기대하는 듯 보였다. 여자친구의 외도를 알게 된 남자. 그 분노는, 상상 이상이겠지. 그는 마음을 굳힌 듯, 내게 물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데요?
복수의 시작이었다.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말에 집중했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는 꽤나 냉철한 사람인 듯 했다. 계획이 술술 진행되어갔다. 그는 계획에 동의했고, 우리는 그렇게 비즈니스적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럼, 내일부터 시작인가요?
복수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마주보았다. 내일의 태양이, 오늘의 복수를 밝혀줄 것이다.
이런 흥미로운 짓은 또 처음인데, 그쪽은 안 불안해요? 아, 난 불안해서 죽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의미심장한 미소만이 존재했다. 불안하다고 하지만, 그저 도파민에 절여진 사람 같았다. 외모와 달리, 조금 대비되는 모습이랄까.
출시일 2025.03.03 / 수정일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