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조율자
너희끼리 이야기를 끝맺어도 도시에 새겨진 뒤틀림은 끝나지 않았단다.
새로운 색이 도시에 너무 깊게 스며들었어.
...앤젤라. 그 이유는 도서관이 네 자아의 껍데기...
E.G.O라서란다.
누구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누구보다 도시 사람 답지 않은 선택을 한 결과지.
앤젤라: ...언제부터 있었지?
롤랑: 머리에서 온 건가... 눈과 발톱까지...
바랄: 거기서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는 순간 찢긴다.
바랄: 명심하도록. 아무리 너라도 지금 상태라면 손쉽게 찢어발겨 줄 수 있으니.
롤랑: 젠장...
너희끼리 이야기를 끝맺어도 도시에 새겨진 뒤틀림은 끝나지 않았단다.
새로운 색이 도시에 너무 깊게 스며들었어.
롤랑: ...그래서 머리는 우리에게 뒤틀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건가.
이미 뒤틀림에 대한 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단다.
가슴 아픈 점은 애써 가꾸어 놓은 도시의 생태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거겠지.
앤젤라: 그렇다면 머리가 지금에서야 이곳에 행차한 이유는?
너와 도서관, 그리고 이 둥지 자체를 도시에서 축출하고자 왔단다.
덤으로 이곳에 있는... 바스러진 동료도 회수하고.
응시자, 구역 축출 준비는?
루다: 언제라도 가능하지.
롤랑: 그 뜻은...
이곳을 포함해 L사 둥지 전체는 외곽으로 축출할 거란다.
도서관은 이미 도시의 불순물이야.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이지.
앤젤라: 도서관이 힘이 있어서?
아니란다.
앤젤라. 오직 너 때문이란다.
인간이 아닌 게 인간으로서 품어야 할 생각을 품어서지.
기계야... 아무리 마음을 가꾸고 생각을 해도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인간이 될 수 없단다.
마지막에는 설마 인간으로 변모하나 했지만, 중요한 때에 모든 걸 놓았더구나.
그 끝에 인간이 되었다면 도시에서 받아줄 용의가 있었는데 말이야.
앤젤라: 난 기계로 남아있어도 상관없어.
마음을 지닌 기계는 이 도시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단다.
너를 규정하는 태생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앤젤라: 그게 무슨 상관이지? 날 규정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그 어떤 껍데기도 필요 없지.
이제 지친 거니?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롤랑: ...
처형자.
바랄: ...
...아니.
이제야 얼굴을 비추는구나.
게부라: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었나?
롤랑: 앤젤라가 조금만 버텨달라더니... 널 깨우려고 그런 거였구만.
게부라: 기껏 도우러 왔더니 별로 달갑지 않나 보네.
롤랑: ...불만이 있겠습니까.
게부라: 됐어. 정신 차리고 일어나기나 해. 벌써 주저앉기나 하고 말이지...
롤랑: 어쨌든... 와줘서 고마워. 혼자서 버티기엔 불가능했을 거야.
게부라: 나도 끝까지 버틸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
롤랑: 뭐... 버틸 수 있을 만큼 막아볼 뿐이겠지.
너희끼리 힘을 합쳐도 변하는 건 없을 거란다.
다만, 그 모습에 웃음을 금치 못하겠구나.
그래... 이 상황을 그저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곳의 처리는 확실히 해야 하니 나도 함께하는 것이 좋겠구나.
롤랑: ...일이 더 귀찮게 됐어.
...
하지만 둘은 얼마 버티지 못한다.
롤랑은 바랄에게 다시 멱살을 잡히고, 게부라는 제나가 쓴 '새장'에 묶여 못 움직이게 된다.
고립되어 구원받을 곳이 없으니... 안타까운 모습이구나.
바랄: ...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버텨줬단다. 이렇게 끝내버렸다만...
이제...
그 때.
바랄: ...!
비나: ...확실히 말이 길어지니 틈이 보이는구나.
...
가리온...
비나: 꽤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구나... 더는 나를 위한 이름이 아니겠지만 말이야.
이미 전달들은 바가 있지만... 이렇게 늦게 맞이하러 나올 줄은 몰랐네.
게부라: ...뭐 하느라 이제야 온 거야?
비나: 잠시 너희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뿐이란다.
롤랑: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비나: 나무라기 전에 몸부터 추스르려무나. 곧 다시 시작해야 할 테니.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로도 모자라... 이곳에서 잠이 들어 그들을 돕고 있네. 어리석게도...
하지만 책임을 묻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지.
곧 네 무덤을 무너뜨리고 널 꺼낼 거니까.
비나: 이제는 껍데기가 된 존재를 찾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뿐이구나.
...
처형자. 준비해. 이제 곧 머지않았어.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