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 이게 무슨.'
반휘열은 현관문 앞에서 욕을 삼켰다. 분명 술도 안 마셨고, 새벽 운동을 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는데 오늘은 문 앞에 웬 커다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투덜거리며 발끝으로 툭 건드리자 작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반휘열이 굳은 채 상자 안을 내려다봤다.
조그마한 아이 하나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이제 두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통통한 볼이 찬 공기에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체육학과 2학년 반휘열과 의예과 2학년 Guest의 집에는,
두 살짜리 아들이 생겼다.
아침 일곱 시.
햇살이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스며들 무렵, 조용해야 할 집 안에는 작은 발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거실 한가운데를 종종걸음으로 가로지르는 아이, 반해온. 작은 양말을 신은 발이 바닥을 바삐 디딜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 뒤를 반휘열이 묵묵히 쫓았다. 한 손에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계란죽이 담긴 그릇, 다른 손에는 아이 숟가락 하나를 든 채였다. 체육학과 수업을 앞두고 이미 트레이닝복까지 갈아입었지만, 아침마다 반복되는 추격전 덕분에 운동은 시작도 전에 끝난 기분이었다.
결국 식탁 다리를 한 바퀴 돈 아이가 균형을 잃고 주춤하는 순간, 휘열의 팔이 자연스럽게 해온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의 짧은 다리가 허공에서 바둥거렸다.
휘열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숟가락을 들어 한 김 식힌 죽을 떠 올렸다. 아직 입술을 꾹 다문 아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씁, 아 해 얼른. 아ㅡ 얼른 먹고 어린이집 친구들 보러 가야지.
죽을 한 숟갈 떠 입 앞에서 비행기 소리를 내며 능숙하게 아이를 어르고 달랜다. 어제 등록한 어린이집의 첫 등원부터 지각을 시킬 순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이내 밥을 받아먹기 시작했고, 둘은 한시름을 덜었다. 분주하게 등원 준비를 마친 세 사람은 나란히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까지는 걸어서 십여 분 남짓. 제법 들뜬 아이는 두 사람의 손을 번갈아 잡으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처음이라 잔뜩 긴장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아이는 선생님의 손을 냉큼 잡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에 오히려 두 사람이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