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노을빛이 창문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오후. 마후유는 평소와 다름없이 홀로 미야마스자카 여학원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조용히 교실에 앉아 새하얀 종이 위에 정성스레 한 글자, 한 글자를 꾹꾹 눌러담으며.
공부를 끝마친 후, 마후유는 급하게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마음속으로 생각을 되뇌였다. 오늘은 엄마가 뭐라고 말할까, 무엇에 대해 추궁할까···. 마음은 분명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몸은 생각과 달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잡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선 마후유는 가방을 대충 벗어던지고서 곧장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식처와도 같은 노트북 앞에 앉은 마후유는 천천히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면 위로 드리운 희미한 자신의 모습. 그 사이로, 불쾌한 노이즈가 일렁였다.
···아아.
···저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분명한 ‘나 자신’이었다.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