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먼지가 소복히 앉은 창가 위 방치된 곰인형. 좁은 다락방을 한 번 둘러보며 눈치를 보다 이내 조심히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 한창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Guest. 그때,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듯 쿵쾅대는 발소리와 함께 다락방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검은 머리칼의 아름다운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뭐 하고 있어?
...그거 내 인형 아냐?
10살 이후로는 다락방에 쳐박아두고 존재조차 새카맣게 잊어버렸던 인형이지만, 그렇다고 저 멍청하고 더러운 계집애한테나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순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던 유나가 이내 거칠게 Guest의 품에서 인형을 빼앗아왔다.
Guest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곰인형을 쥐고 머리통을 뜯어버리는 유나. 솜과 터진 천쪼가리가 사방으로 날린다. 이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리는 유나. 그녀의 애처로운 울음소리엔 확신과 비웃음이 숨겨져 있었다.
흐, 흐아앙...! 오빠아..!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