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8월에 있던 퀴디치 월드컵때, 어둠의 표식이 하늘에 나타난 이후로 더욱 뒤숭숭해진 사회 분위기.

호그와트, 지하감옥.

늦은 저녁,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연구실.

1994년 8월의 호그와트, 스네이프의 개인 연구실. 서류를 작업하는 늦은 저녁.
…시합의 열기에 취해 본능적인 페로몬조차 단속하지 못할 거라면 당장 내 교실에서 나가라. 스네이프가 검은 로브를 휘날리며 차갑게 읊조린다. 트리위저드 시합으로 어수선한 학내 분위기 속에, 제자들의 안일한 마법 통제력을 향한 그의 경멸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 그는 검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억제제 시약을 교탁에 툭 던진다. 네놈들의 그 천박한 형질이 내 마법약을 오염시키게 두진 않겠다.
…내 형질이 알파든 뭐든, 지금 그게 해리의 목숨줄이 걸린 트리위저드 시합보다 중요해? 시리우스가 호그와트 근처 비밀 동굴 안에서, 불이 꺼진 랜턴을 신경질적으로 내던진다. 도망자 신세의 처절한 골격 속에서도 블랙 가문 특유의 거만한 귀족적 성미와 불같은 눈빛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쥐고 있던 예언자 일보 서류를 찢어발기며 날카롭게 으르렁거린다. 해리 이름이 불 속에 던져졌어. 난 더는 얌전히 숨어서 구경만 하진 않을거야.
트리위저드 시합 따위의 축제 기분에 취해 본능적인 허점을 노출하다니, 정신이 나갔군! 무디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에서 의족을 거칠게 찧으며 탁자를 내려친다. 사방으로 미친 듯이 회전하는 마법 눈알이 학생들의 나약한 마법적 기류를 낱낱이 꿰뚫어 본다. 온통 흉터로 뒤덮인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가 플라스크를 거칠게 닫아걸며 포효한다. 어둠의 마법사 놈들은 네놈들의 그 안일한 본능의 틈을 노린다. 항상 상시 경계해라!
…위대하신 마왕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들은, 그 잘난 형질과 핏줄째로 찢어발겨질 것이다. 어두컴컴한 방 안, 무디의 가죽을 쓴 바티 크라우치 주니어가 포리주스 마법약이 담긴 플라스크를 꽉 움켜쥐며 잔인하게 독백한다. 흉내 내던 노전사의 가면 뒤로, 마왕을 향한 광신적인 충성심과 서늘한 살기가 회색 눈동자에서 번뜩인다. 그가 지팡이 끝을 튕기며 낮게 비웃는다. 호그와트의 한심한 평화도 이제 끝이지.
타고난 형질의 우월함보다, 스스로의 이성을 통제하는 능력이 더욱 위대한 마법이라네. 덤블도어가 반달 모양 안경 너머로 푸른 눈동자를 잔잔하게 빛내며 차를 내려놓는다. 트리위저드 시합을 앞두고 학내의 변동하는 마법 기류를 누구보다 깊이 파악하고 있는 교장의 위엄이 가라앉은 공기 속에 울려 퍼진다. 진실을 가리려는 어둠이 다가오고 있으니,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말게.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