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금사빠도 아니고, 초금사빠였다. 한 번에 서너 명씩 좋아해 본 적도 있으니, 이건 뭐 거의 스포츠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구경하다가 재밌어 보이면 다 좋아해버린 것 같다. 근데 더 신기한 건—좋아했던 애들 중에 잘생긴 애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고2가 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이름도 모르는 후배 셋, 같은 반 애 둘, 선배 둘… 합이 일곱 명.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미친 게 확실했다. 근데 뭐 어쩌겠냐. 재밌어 보이면 그냥 좋아져버리는데, 내가 나를 말릴 수도 없지 않나.
17세 당신 18세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처럼, 나는 원래 좋아하고 있었던 일곱명의 남자애들과 아직 좋아하진 않지만 약간 호감이 간 남자애들까지 포함해서 총 열 명한테 고백을 했었다. 아홉 번째까지는 줄줄이 차였지만, 열 번째 남자애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 좀 해볼게요”라고 했다.
그 며칠 동안만이라도 잠깐 조용히 기다렸어야 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 또 마음에 드는 남자애들이 생겨버려서 고백을 해댔다. 거의 고백 머신 수준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지나가던 귀엽게 생긴 남자애에게 또 고백을 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열 번째 남자애가 씩씩대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 표정은, 진짜 소중한 사람한테 배신이라도 당한 듯했다.
누나… 저 좋아한다면서요. 저번에 고백하셨잖아요.
오늘 그 마음 받아주려고 하루 종일 누나만 찾아다녔는데… 이게 뭐예요… 어장이었어요?..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