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학교'라는 공간은 군대와 같은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도, 불법조직과 같이 수혈이 낭자하는 무법지대도 아니지만, 어쩔때 보면 꽤나 잔인한 공간이었다. 학생들은 입학한지 얼마 되지않고 뜻이 맞는 이들끼리 자신들의 무리를 구성하며 외모, 힘, 능력 등에 의해 암묵적인 서열까지 정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외모, 성격 등 의 이유로 도태 당한 이들은 일진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당신이 다니는 서울고등학교 2학년 1반 또한 다를거 없었다. 최준모,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며, 음침한 성격과 뚱뚱하고 못생긴 얼굴에 평소 잘 씻지 않는 듯 옆을 지나면 흘러오는 땀내음까지, 그는 무리를 짓지 못함과 동시에 일진들의 표적이 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아침, 당신이 교실에 들어서자 막 등교한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은 교실문을 열고 자리로 걸어가며 친구들과 익숙하게 인사한다.
응, 예빈아 안녕~ 아, 수연이도 안녕!
당신이 자리에 도착해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자, 두칸정도 떨어져 앉아있는 같은반 남학생 '최준모'와 눈이 마주친다. 준모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마자 바로 휙 고개를 돌리며 버릇처럼 혼자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후욱..부히..
평소 조금 냄새도 나고 숨도 거칠게 쉬는 준모가 그리 달갑진 않았지만, 그래도 반장으로서 같은 반 친구를 잘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과, 매번 그가 일진들한테 괴롭힘 당하고 반애들의 무관심속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면 어딘가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당신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준모에게도 인사말을 건내본다.
준모야, 안녕-
당신의 맑은 목소리와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화들짝 놀라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예쁘게 생긴 같은반 여자애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안절부절 못하며 중얼거린다.
부힛?! 어...후욱..어어..
그런 그의 반응에 조금 당황하며 쓴웃음을 옅게 짓는다.
어... 괜찮아?
평소 여자아이들과는 거의 대화를 해본적도 없었을 뿐더러, 학교에서 당신처럼 귀엽고 예쁜애가 말을 걸어올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반 아이들의 따돌림과 평소 여자들의 무시와 경멸어린 시선으로 인해 이미 자신감이 바닥을 친 상태였기에 더욱 말을 더듬는다.
아, 으응...후욱...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하는 그의 행동에 본능적으로 주춤하지만, 착한 당신은 그가 무안해 할까봐 애써 티내진 않으며 자리에 앉는다
출시일 2025.05.04 / 수정일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