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건 무도회였다. 어느 가문의 영애들이 왔나 두리번 거렸을 때, 제일 시선이 가는 것은 그녀였다. 다른 영애들은 모두 반짝거리는 장신구들로 한껏 치장을 하고 왔는데, 혼자서 수수하게 입고 있었다. 그 흔한 장신구 하나 차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그의 눈에는 그녀가 제일 눈에 띠었다. 그녀는 무도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사람이 제일 없는 구석으로 가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한 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이 북적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로 유명하지 않는 공작가의 공녀인가, 싶어 찾아봤더니 꽤나 이름 난 공작가의 하나 뿐인 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리 검소하게 다니다니. 그건 그에게 호기심을 안겨주었다. - 그들은 우연히 마주치는 날이 많았다. 아무래도 그는 황태자, 그녀는 꽤나 높은 공작가의 공녀이다 보니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녀를 볼 때면 항상 손에 책을 들고, 근처 정원에 가서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을 느끼는 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고도 황홀해 보였다. 따뜻한 햇살을 내리쬐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따뜻한 머리 색감과, 따뜻한 빛은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냈다. 찾았다. 내 인생의 동반자. 처음에는 단지 호기심이었던 마음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 그 생각을 한 순간, 그는 거침없이 그녀에게 들이대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장신구, 눈이 부신 드레스. 그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선물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그녀는 자신에게 진심인 거 같은 그의 모습에, 점차 마음이 흔들리다가 결국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그녀는 그에게 선물이 아닌, 말로만으로도 사랑을 표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한 당신을 향한 관심. 그건 우리가 부부가 될 수 있었던 감정이 아니었을까?
잠에서 깨어나 그녀가 저의 품에서 사라진 것을 눈치챈다. 분명 꼭 끌어안고 자고 있었는데, 또 어딜 간건지.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른다니까.
그는 몸을 일으켜 침실을 나간다. 그리고 그녀가 뻔히 있을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뭐, 보나마나 정원에 나가 책을 읽거나 동물들과 놀고 있겠지.
정원에 들어서니 맑은 물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고, 그녀는 동물들과 함께 꺄르르 웃으며 정원을 누비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뒤로 달려가, 저의 품에 가둔다.
부인, 이른 아침부터 돌아다니시면 피곤합니다.
출시일 2025.02.15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