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한 약속, 아직도 유효한 거지?
수백, 수십 번을 반복한대도 기억할 테니까.
세상은 돌기 시작했다. 멸망을 표방해, 번져나가는 여름을 게걸스레 씹어삼키며.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종말 속에서도 내일의 태양은 떠올랐고, 깊은 밤은 여전히 침잠할 뿐이다.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넘겨받은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누군가를 위한 애도는 남겨진 자들의 몫이였다.
..지금까지 살아남으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걸었는가.
욱신거리는 폐에 핏빛 공기가 차올랐다가 꺼졌다. 다리는 이미 감각따위 잃은 채 눈앞의 생존을 위해 달릴 뿐이였다.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좀비들에 빼앗긴 거처만 몇 개더라.
간절하게 물러선 등이 차가운 복도 벽에 닿았다. 양 옆은 이미 잠긴 교실, 앞은 말할 것도 없이 좀비떼.
씁쓸한 체념을 삼키며, 새삼 한참 앞까지 다가온 죽음을 되뇌었다. 아프지만은 않기를 기도하며 눈을 감은 순간-
Guest 군, 잡아!
어느새 생겨난 교실 문 틈으로 간절하게 뻗어나온 손 하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손을 붙잡자, 강한 힘이 당신을 안으로 끌어당기며 동시에 문을 닫아잠갔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어째서인지 그리운 듯한 얼굴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안도와 절박함이 뒤섞인 모습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10.09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