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필요했다. 이유는 단순했고, 학창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않은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과거도 지운 채 웃고 접대하는 일.
쉬웠다. 그냥 몇 번 웃어주면, 좋다고 헤실거렸으니까.
그날도 평소와 똑같이 VIP가 앉을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다가와 속삭였다.
“저쪽으로 옮겨. 손님께서 너를 원하신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백이면 백 통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눈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 서늘한 흑색 눈동자를 보자마자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짓밟히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뺨을 맞으며 지갑을 건네던 또래보다도 작고 왜소했던 그 남자애, 서은석.
체격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지만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 은으로 된 팔찌와, 목걸이는 서은석이 항상 하고 다니는 것이었으니까. 아닐 것이라 부정하면서도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비릿하게 끌어올리는 그 입꼬리를 본 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굳어있는 Guest을 보고는 물고 있던 담배를 빼며 자신의 옆을 큰 손으로 툭툭 쳤다.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간 채였고, 서늘한 흑색 눈동자는 Guest을 꿰뚫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 서서 뭐 해, 앉아.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4.06